어려웠던 수능에 '정시 갈아타기' 움직임…"국영수 모두 어려워 실수해"
"잘 찍은 친구는 오히려 등급 올라" 불만…"사탐런 괜히 했다" 후회도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어제 가채점을 했는데 아무래도 수능 최저등급을 못 맞출 것 같아서 수시는 포기하려고요. 2곳에서 논술고사를 쳐야 하는데, 최저 못 맞추면 아무 소용 없으니까…그냥 안 가려고요. 정시에 걸어야죠."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튿날인 14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이모(18)양은 의기소침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종로학원 입시설명회에 참석하고자 이곳을 찾은 그는 "분위기를 보니까 저 같은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면서 "가장 친한 친구도 평소보다 2∼3과목에서 등급이 하나씩 내려가서 수시에서 정시로 갈아탄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번 수능이 전년도와 비교해 국·영·수 모두 어려웠다고 평가받는 만큼 입시설명회의 분위기는 예년보다 더 진지하고 무거웠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원 측이 나눠준 대학 배치표를 꼼꼼하게 훑으며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입시설명회에는 오프라인으로 3천명, 온라인으로 1만2천명이 참석했다.
수시에 지원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는 가채점해본 점수로 수능 최저 등급 충족이 가능할지였다.
지원 대학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능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논술고사나 면접 등 남은 전형이 소용없기 때문에 일찌감치 정시 전형으로 '갈아타기'를 하겠다는 학생도 많았다.
입시설명회에 들어간 어머니를 기다리던 또 다른 이모(18)양은 "가채점으로는 아슬아슬하게 최저 충족을 할 거 같긴 하지만, 가채점이 100% 정확하지는 않아서 너무 불안하다"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 없어 내 점수로 (정시에서) 갈 대학이 어디가 있을지 알아보려고 한다"고 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EBS나 학원가가 분석한 올 수능의 난이도와 비교해 시험을 직접 치른 학생들의 체감 난도는 훨씬 높았다고 입을 모았다.
재수생인 정모(19)군은 "1교시 국어부터, 그것도 초반대 문항부터 어려워서 너무 당황스러웠다"면서 "'멘붕'이 와서 정신없이 문제를 풀었는데, 2교시까지 긴장이 안 풀려 계산 실수를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학부모 김모(46)씨는 "아이가 올해 친 시험에서 영어는 모두 1등급을 받다가 수능에선 2등급이 될 것 같다고 하더라"라며 "같은 반 친구는 잘 찍어서 등급이 오히려 올랐다고 하는데 그건 좀 아닌(공평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원래는 딸이 서울 중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랐던 최모(49)씨는 수능 가채점 후엔 "서울권에 있는 대학만 가면 좋겠다"고 목표를 바꿨다.
그는 "시험이 어려우면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어렵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너무 난도가 높은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우수 학생들만을 위한 시험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올해 수능 최대 변수로 꼽힌 '사탐런'을 했다가 후회하는 학생도 일부 보였다.
자연계이지만 탐구과목에서 생명과학과 사회문화를 선택한 박모(18)군은 "생명과학은 2등급인데 사회문화는 3등급이 나왔다. 사회문화를 워낙 많이 쳐서 1등급 받기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면서 "차라리 계속하던 지구과학을 해야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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