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이후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을 ‘대통령’ 호칭을 빼고 지칭하거나 ‘독재자’, ‘히틀러’,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강도 높게 비난하는 한편, 당내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제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정체된 데다 강성 발언에 대한 내부 반발이 이어지며 장 대표의 리더십이 지속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14일 검찰의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1심 항소 포기 논란과 관련한 규탄 간담회를 열고 대장동 사회 기반 시설 건설 현장을 찾는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장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이후 대검찰청과 법무부 항의 방문, 국회 대규모 집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이 대통령을 ‘개입 윗선’으로 지목하고 탄핵을 거론하면서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을 언급할 때 공식 호칭인 ‘대통령’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히틀러’, ‘재명 대신 재앙’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고강도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공격적 발언은 대장동 논란 등 정부·여당의 악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현재 장동혁 지도부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여투쟁의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 간결하되 강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당내 당내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2일 진행된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규탄대회’에 참석한 장 대표가 “우리가 황교안이다”고 발언한 게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부정선거를 옹호하는 발언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장 대표는 “즉흥적 발언이 아니라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공개적 이견 표출은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지난 13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를 통해 “안 하셨으면 좋지 않았겠나 생각한다”며 “당이 윤어게인이라든지 부정선거론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중도가 저희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합리적 보수도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황교안과 비슷한 길을 걸어가는 것 같다”며 “황 전 총리는 21대 총선 말아먹은 분 아닌가. 멘토도 삼을만한 사람을 삼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다 당대표가 ‘우리가 전광훈’, ‘우리가 전한길’도 외칠 것 같아 걱정된다”며 “모처럼 기세 잡고 더불어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붙이고 있던 중인데 ‘우리가 황교안’ 때문에 이상하게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과 연대설이 제기되고 있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그간 국민의힘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탈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자신의 행보에 대해 장 대표는 ‘전략적 판단’하에 이뤄졌다는 입장이지만 여론은 차가운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국민의힘은 26%의 정당 지지율을 보였다. 지난 6월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전히 20%대 박스권에 갇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42%로 집계되며 국민의힘(21%)과 약 2배 차이가 났다. 특히 중도층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2%, 국민의힘 11%로 양당의 격차가 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공격적인 행보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경한 메시지로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이지만 여론 흐름이 개선되지 않으면 지지율 하락은 물론 내부 갈등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내 결속을 유지하면서도 중도층 확보와 강성 지지층 결집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보에 “장 대표의 고강도 발언은 일부 보수 성향 지역과 지지층에는 통할 수 있지만 전국적 여론과 중도층 정서와는 괴리가 있다”며 “이 같은 전략은 중도층은 물론 기존 보수층까지 이탈시키고 결국 당내 갈등 확대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국적 민심 흐름을 고려하면 장 대표가 현재의 전투적 메시지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야당으로서 정권 비판은 가능하지만 감정적 표현보다 정책·대안 중심의 메시지를 강화해야 지지율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기사에 활용된 한국갤럽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응답률은 12.7%다. 전국지표조사(NBS)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기반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4.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고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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