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 |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이 문장은 지금 대한민국 농어촌 곳곳이 처한 현실을 상징한다. 초등학교가 폐교되고 청년이 떠나며 노인 인구만 남은 마을들. 정부는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이라는 이름표를 붙였고, 수많은 지역이 그 경계선 위에서 버티고 있다. 그러나 그 위태로운 마을에서 ‘스포츠’는 새로운 생명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전라남도 장흥군, 경상북도 예천군 같은 소도시들은 유소년 축구•야구 대회를 유치하며 ‘스포츠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한때 적막했던 지역 운동장이 다시 아이들과 학부모, 지도자, 상인들의 함성으로 가득 차고 있다. 단순한 대회 유치가 아니다. 숙박업, 식당, 카페, 마트 등 지역경제 전반이 살아난다. 어린 선수 한 명이 오면, 부모와 조부모님까지 3대가 따라온다. ‘스포츠 관광’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지방 인구 소멸의 본질은 인구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기회의 부재’다. 스포츠는 그 ‘기회’를 창출한다. 아이들에게는 운동을 통해 꿈을, 부모에게는 주말마다 지역을 찾을 이유를 조부모에게는 손주들과 함께하는 힐링을 지역민에게는 경제적 활력을 제공한다.
양구군이 유소년 축구 페스티벌을 10년 넘게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기적 흥행이 아니라 꾸준한 지역 스포츠 생태계의 구축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대회만 열어서는 지속될 수 없다. 인구 소멸 지역이 스포츠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상시 스포츠 인프라화’다. 일회성 대회가 아닌, 연중 상시로 이용할 수 있는 훈련 캠프, 체험 프로그램, 지역 리그를 운영해야 한다. 둘째 ‘교육과 연계된 스포츠 도시’로의 전환이다. 지역 학교와 협력해 체육 특성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역 클럽이 학교 스포츠클럽과 연계되면 청소년 유입이 가능하다. 셋째 ‘로컬 브랜드화’다. 단순한 경기장이 아닌, 지역 정체성을 담은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 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행복 양구컵’, ‘청정 장흥배’, ‘에코 예천리그’ 같은 이름이 바로 그런 시도다.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의 영역을 넘어섰다. 이제는 지역의 스토리이자 사람을 모으는 문화 콘텐츠다. 청년이 떠나는 시대에 스포츠는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는 힘을 가진 몇 안 되는 산업이다. 결국 인구 소멸 지역의 생존 전략은 사람이 머무는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가장 즐겁게,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스포츠다.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