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최근 불거진 측근 비리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독일에 입국하는 청년 피란민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독일 정부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에너지기업 비리 사건 설명을 듣고 "부패척결과 법치주의 분야 개혁작업을 적극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사실(SAPO)은 우크라이나 원자력공사 에네르고아톰의 고위 간부 등이 정부 계약금액의 10∼15％를 리베이트로 챙긴 의혹을 수사 중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사선상에 오른 코미디언 시절 동업자 티무르 민디치를 제재하고 법무·에너지 장관에게 사직서를 받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통화에서 피란민 상황을 논의하며 늘어나는 우크라이나 청년 남성의 유럽연합(EU) 이주 문제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독일 정부는 전했다. 메르츠 총리는 통화 이후 "점점 더 많은 젊은 남성들이 독일로 오는 대신 자국에서 복무하도록 보장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와 전쟁을 시작한 이후 18∼60세 남성이 출국할 때 특별허가를 받도록 했으나 지난 8월 말 18∼22세에 한해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후 청년들이 대거 탈출하면서 지난 9월 EU 회원국에 새로 입국한 피란민이 8월에 비해 49％ 늘었다. 지금까지 EU로 피란한 우크라이나 국민 약 430만명 가운데 약 120만명이 독일로 거처를 옮겼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11일 독일 벨트TV 인터뷰에서 "병력과 인적 자원에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다"며 현재 25세 이상인 징집 연령을 22∼23세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방 지원국들도 우크라이나에 징집 연령을 낮추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가 돌연 청년 남성의 해외 출국을 허용하자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차기 대선을 의식해 핵심 지지기반인 청년층에 이동의 자유를 허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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