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으로 이루어진 존재이다. 하지만 만약 그 기억이 지워지고, 조작되고, 혹은 불완전하다면 우리의 정체성은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 2000년대를 전후하여 등장한 세 편의 독특한 영화 <이터널 선샤인> , <메멘토> , <토탈 리콜> 은 인간의 기억을 가장 취약하고 주관적인 영역으로 끌어내며, 이 근원적인 질문에 도전한다. 토탈> 메멘토> 이터널>
1.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가장 로맨틱하고 동시에 가장 비극적인 기억 탐구의 시작은 <이터널 선샤인> 이다. 사랑의 고통을 잊기 위해 연인과의 기억을 통째로 지워버리는 클레멘타인과 조엘의 이야기는 기억과 감정의 불가분성을 섬세하게 파고든다. 이터널>
고통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기억 속에 새겨진 사랑의 소중한 순간이 재조명된다. 이 영화는 기억의 조각을 지우려는 행위 자체가 그 조각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증명하며, 설령 고통스러울지라도 기억 전체를 포용하는 것이 진정한 삶이자 사랑임을 역설한다. 지워버린 후에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고통마저도 우리 존재의 필수 요소임을 깨닫게 한다.
2. 메멘토 (Memento, 2000)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초기작인 <메멘토> 는 기억의 불완전성을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준다. 주인공 레너드는 단기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10분을 초과하는 기억을 지속할 수 없다. 그는 몸의 문신, 메모, 폴라로이드 사진 등 외부의 기록에 의존하여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쫓는다. 메멘토>
이 영화는 뒤섞인 시간 순서를 통해 관객에게 레너드와 똑같은 혼란을 선사한다. 기록된 사실과 진실 사이의 괴리는 우리가 평소 얼마나 자신의 기억을 맹신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레너드가 원하는 진실이 아닌, 자신이 믿고 싶은 진실을 만들기 위해 기록을 조작하는 모습은 객관적이라는 기록조차 결국 주관적인 욕망에 의해 윤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 토탈 리콜 (Total Recall, 1990/2012)
<토탈 리콜> 은 아예 기억을 상품처럼 구매하고 이식할 수 있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평범한 건설 노동자 더글러스 퀘이드가 여행 기억을 이식하려다 자신이 사실은 비밀 요원이었다는 거대한 진실에 맞닥뜨리는 이야기이다. 토탈>
이 영화의 핵심은 퀘이드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이식된 기억인지, 아니면 진짜 현실인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데 있다. 내가 지금 겪는 경험이 타인에 의해 주입된 환상이라면, 나의 의지와 행동은 과연 나의 것인가? <토탈 리콜> 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모든 것이 실은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것일 수 있다는 섬뜩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토탈>
이 세 편의 영화는 우리에게 기억이란 확고한 진실이 아니라 끊임없이 편집되고, 지워지며, 기록되는 불안정한 퍼즐임을 일깨워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불완전하고 주관적인 기억의 조각들이 모여 가장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나를 완성한다.
기억을 지우려 했던 조엘은 결국 다시 사랑을 선택했고, 기록에 의존했던 레너드는 자신이 만든 허구 속에서 존재했으며, 이식된 기억을 의심했던 퀘이드는 결국 자신이 바랐던 삶을 살았다. 결국 우리의 삶의 가치는 기억의 정확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들이 만들어낸 감정의 총합과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있음을 따뜻하고 동시에 섬뜩하게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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