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글로벌 각광을 받는 K-콘텐츠가 국내 전통산업들의 글로벌 도약대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 거듭 포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틀 아래 IT, 게임, 제조, 금융 등 엔터테인먼트를 본업으로 하지 않던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K-콘텐츠 IP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투자는 소위 '엔터테크' 지형을 다양하고도 폭넓게 바꾸는 기폭제가 되고 있있다.
최근 산업계에 따르면 K-콘텐츠는 단순히 신생 산업군을 넘어, 전통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띠며 여러 분야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IT·게임, K콘텐츠 기술 및 밸류체인 목표
K-콘텐츠 시장 확대를 이끈 것은 IT 플랫폼 및 게임사의 대규모 자본 투입이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IP 밸류체인을 수직 계열화한 가운데, 게임업계는 더욱 기술 융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컴투스 그룹은 VFX(시각특수효과) 전문 기업인 위지윅스튜디오를 인수하고 K팝 기획사 RBW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영상 콘텐츠 제작과 K-POP IP를 그룹 내부로 흡수하여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통합 스튜디오 전략이다.
또한, 넷마블은 하이브(HYBE)에 대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해 IP 시너지를 모색하는 한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 메이브(MAVE:) 등을 제작하며 메타휴먼 기술을 엔터 산업에 직접 투입하는 선점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패션·뷰티→바이오·금융, K콘텐츠와 시너지 극대화 노림수
주력 사업이 엔터테인먼트와 거리가 멀었던 전통 산업 및 중견기업들의 움직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기존의 자본력과 글로벌 유통망을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먼저, 패션/뷰티 산업은 소비재의 글로벌 유통망과 엔터의 팬덤을 직접 연결하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MLB 등의 브랜드를 유통하는 의류/유통 주력 기업 F&F(에프앤에프)는 F&F 엔터테인먼트를 직접 설립하고 유니스, 아홉 등 K팝 아이돌을 육성하며 패션 브랜딩 노하우를 엔터 팬덤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화장품 및 뷰티 사업의 브이티지엠피(VT GMP) 역시 큐브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확보, 소속 아티스트((여자)아이들)의 영향력을 뷰티 제품 마케팅 창구로 활용하는 시너지 모델을 구축한 사례다. 또한, 식품 제조 주력 그룹인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삼양애니(Samyang AANI)를 통해 '불닭 IP' 기반의 콘텐츠 커머스 사업을 추진하며 K-푸드의 글로벌 인기를 콘텐츠 팬덤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을 보인다.
제조업 및 금융 자본의 채널 확보 전략도 돋보인다. 석유화학, 섬유 제조가 주력인 태광산업 그룹은 2008년 흥국생명 등의 금융계열과 함께 미디어 계열사인 티캐스트를 인수, 17년 이상 E채널 등의 케이블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예술영화 전용극장 '씨네큐브'를 갖고 있다..
바이오·제약 중심의 셀트리온 그룹은 2012년부터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를 설립, 드라마, 영화 제작 사업을 10년 이상 지속하며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다. 다우키움그룹은 콘텐츠 제작사인 키다리스튜디오와 웹툰기업 레진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콘텐츠 IP를 확보하고 영상 제작과 매니지먼트를 시도하고 있으며, 문구 유통 및 IT 기반의 바른손은 자회사 바른손이앤에이를 통해 영화 및 드라마 제작과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전통산업-엔터 조합, 산업적 이해도 필요
이처럼 K-콘텐츠는 10년 전후를 기점으로 이종산업들의 관심들을 조금씩 받아온 가운데, 최근들어 글로벌 IP확장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집중적인 투자를 받고 발전일로를 걷고 있다.
물론 전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히트 IP를 위한 리스크부담이 있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특성상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접근이 필요함에도 그 결과값을 제대로 내기도 전에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중소기획사 및 제작다들 단위에서 부지기수로 존재한다.
또 외부 자본 유입에 따른 모기업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쌍방울 그룹이 NS ENM(구 IOK컴퍼니)을 인수했다가 모기업 경영 위기로 계열 분리된 사례나 과거 인바이오젠이 IHQ를 소유하는 등 잦은 지배구조 변동을 보였던 사례는 모기업 리스크가 엔터 계열사에 전이되는 위험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최근 자동차 피혁 제조사 유니켐이 하이앤드(HI&) 인수 후 단기간에 지분을 매각한 것 역시 전통 제조업의 엔터 진출이 단기간에 마무리된 사례로 남아있다. 이는 해당 산업의 리스크 관리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결론적으로, K-콘텐츠의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과 기술 융합의 흐름 속에서, 이들 '비 엔터' 기업들의 자본과 전략은 향후 몇 년간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형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제계 한 전문가는 "전통 산업의 안정적인 캐시카우와 K-콘텐츠의 폭발적인 글로벌 IP 확장성을 결합하는 것은 시장의 필연적인 진화"라며 "특히 제조 기반 기업이 팬덤 커머스나 기술 기반 제작 시스템에 진입하는 것은, 단기 수익을 넘어 그룹 전체의 무형 자산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경제분야 한 전문가는 "다만, M&A로 엔터 회사를 인수한 후에도 콘텐츠 제작의 전문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단순 '자본 투입'에서 끝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모기업의 자금력을 활용하더라도, 콘텐츠의 본질적인 성공 DNA를 내재화하지 못하면 단기적인 테마성 투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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