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한국은행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역 경제에 긍정 효과가 더 많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13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67.40원으로 계엄 당시 최고치였던 1480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1500원대 진입을 높게 보고 있다. 대전의 한 경제학 A 교수는 “계엄 당시에는 국내 정치 불안으로 외국 자금이 이탈하며 환율이 급등했지만 지금은 내란 여파나 신용 불안이 아니라 글로벌 자금 재배치 현상이 주된 원인”이라며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기술주 자금 유입이 맞물리며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9월 경상수지’에 따르면 올해 1~8월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금은 887억 달러로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693억 달러)를 194억 달러 웃돌았다. 9월 한 달 111억 9000만 달러를 더하면 9월까지 누적뒨 해외증권 투자금은 998억 5000만 달러로 올해 1000억 달러 돌파가 기정사실이다. 2020년 초엔 연간 450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직접투자도 마찬가지다. 올해 1~9월 누적 기준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299억 2000만 달러로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93억 2000만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A 교수는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 압력이 생기고 있지만 이는 자본 유출이 아니라 투자형 자금 이동으로 봐야 한다”며 “1500원대 환율에 근접하더라도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금 유출로 인한 외환보유액의 부족분을 해외투자금이 메워주는 일종의 헷지(hedge)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순대외금융자산으로, 한 국가의 대외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경제 충격 상황에서 환율 급등이나 자본 순유출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오히려 한국의 대외건전성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전 증권업계 관계자도 “미국의 산업 리쇼어링과 고금리 유지, 글로벌 경기 둔화가 맞물리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로화·엔화·위안화 등 주요 통화가 일제히 약세로 전환됐다”며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달러 강세 속에 자연스러운 조정이자 구조적 변동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지역 수출기업들도 일단은 환율 상승을 ‘단기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충남 아산의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부품 원자재의 국내 수입단가가 오르긴 했지만 원·달러 고환율로 해외 바이어들의 구매 단가 부담이 줄면서 오히려 수출 물량이 늘고 있다. 관세로 인한 물량 감소를 막아주는 하방 지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관세가 완화되고 환율도 안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환율이 안정돼야 연구개발비나 임상 비용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고환율은 기업 운영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고 지역 내수 시장을 좁힐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한편 고환율의 완충 장치인 순대외금융자산은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 1조 304억 달러로 2024년부터 글로벌 8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1위는 독일(3조 8871억 달러), 2위는 중국(3조 8090억 달러), 3위는 일본(3조 617억 달러)이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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