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화면, 다른 세상… 디지털은 평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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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화면, 다른 세상… 디지털은 평등하지 않았다

베이비뉴스 2025-11-13 08:36:18 신고

아동은 내일의 희망이기 전에 오늘을 살아가는 권리의 주체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일상 곳곳에서 누려야 할 기회를 잃고,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에서 멀어져 있다. 베이비뉴스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과 함께 11월 아동권리주간을 맞아 아동의 삶 속에서 드러나는 격차를 짚어보고, 모든 아동이 존중받고 행복한 사회를 향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변화를 이야기하는 기획연재 〈격차를 넘어 : 아이들의 오늘을 말하다〉를 전개한다.

우리 아이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베이비뉴스 우리 아이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베이비뉴스

아이들의 하루는 이제 손안의 화면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학습도, 놀이도, 친구와의 대화도 스마트폰 안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편리함 뒤에는 과의존, 수면 부족, 불안과 우울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4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42.6%, 유아동의 25.9%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했다. 디지털은 아이들에게 배움의 창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문이지만, 동시에 위험이 스며드는 통로이기도 하다.

이제는 단순히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차원을 넘어, 아이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올해 OECD는 ‘디지털 시대 아동의 삶’ 보고서에서 디지털이 교육·건강·심리·사회성 등 아동의 삶 전반에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지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양면성’은 결코 모든 아동에게 평등하지 않다. 같은 화면을 바라보더라도, 그 안에서 마주하는 세상은 다르다. 디지털 기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권리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기기 보유 여부, 정보 접근 기회, 위험에 처했을 때 안전망 유무에 따라 일상이 달라진다. 저소득층, 장애 아동, 이주배경 아동은 디지털 소외를 경험하기도 한다. 기기 접근이 제한되고, 온라인 학습과 사회참여에서도 불평등이 발생한다.

예컨대 고소득층 아동은 디지털 기술을 학습과 정보 탐색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반면, 저소득층 아동은 주로 오락 중심의 사용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2023 학교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구 소득과 부모 학력이 높을수록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디지털 자료 탐색과 저장’ 영역에서는 고소득층 3.75점, 저소득층 3.62점으로 격차가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학습 기회, 사회적 자원, 자기효능감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디지털 위험도 마찬가지다. 사이버폭력, 불법 도박, 딥페이크 성범죄 등은 사회적·경제적 취약성을 가진 아동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긴다. 온라인상 폭력과 혐오는 가정·보호자의 대응력이나 지역사회 지원망에 따라 다른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주배경 아동은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지닌 환경에서 디지털 세상을 경험한다. 그러나 다국어 지원이나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보호 체계가 충분하지 않아,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위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장애 아동 역시 디지털 환경에서의 참여와 안전이 함께 보장돼야 한다. 보조기기나 온라인 학습 환경이 개선될수록 더 많은 아동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동시에 기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과 보호자·교사의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한편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제25호 ‘디지털 환경과 아동권리’를 통해 모든 아동이 소득·장애·지역 등과 관계없이 디지털 환경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디지털 속 아동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각 영역의 역할이 분명해야 한다. 플랫폼은 아동에게 더 높은 안전수준을 제공하고, 광고·추천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는 취약 아동을 위한 맞춤형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긴급보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아동 간 위험 노출과 대응 격차를 줄이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디지털 환경 전반의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모든 아동은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환경에서도 보호받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연결 이면에 가려진 격차를 바로잡는 일, 그것이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디지털 세상을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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