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조선산업이 다시 기술 경쟁의 국면으로 돌아가는 가운데, 한화오션이 '안전'을 향한 전면 혁신에 나섰다. 단순한 캠페인이 아닌, 조직문화와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구성하겠다는 선언이다.
한화오션이 내세운 이번 '안전 혁신 선포식'의 핵심 키워드는 '리셋(Re-Set)'과 '리스타트(Re-Start)'다. 이는 단순히 안전관리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넘어,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온 조선 현장의 관행과 타협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체하겠다는 메시지다.
김희철 대표가 직접 "가슴 깊은 곳의 안전 불감증을 버려야 할 때"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곧 '사고 이후의 점검'이 아닌 '사고 이전의 근원적 차단'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
이번 계획은 제도·시스템·사람 세 축으로 나뉜 '20대 안전 혁신 과제'를 중심으로 구체화된다.
제도 혁신에서는 'KPI(핵심성과지표)'와 연동한 안전 실적 평가를 도입하고, 형식적 제도를 과감히 폐지한다. 실효성 중심의 관리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보고용 안전관리'에서 '성과 중심 안전관리'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시스템 혁신에서는 중대재해 대응 프로세스 'Safe Guard 119'를 중심으로, AI·모바일 기반의 안전 관리체계 구축이 추진된다. 이는 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해, 반복 사고의 패턴을 예측·차단하는 '디지털 안전 관리'로의 진입을 뜻한다.
사람 중심 혁신에서는 직급별 맞춤 교육, 협력사 및 외국인 근로자 대상 프로그램, 노사 공동 혁신 등 조직 문화 차원의 개입이 포함됐다. 이는 단순한 규율이 아니라 '공동의 안전 의식'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시도다.
한화오션이 목표로 삼은 것은 단순한 '무재해 달성'이 아니라 글로벌 제조업 최고 수준의 안전 등급(ISRS) 확보다. 노르웨이의 인증기관 DNV와의 협업을 통해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정량적 안전경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조선사 중에서도 드물게 '정량 평가 기반의 글로벌 안전지수'를 경영 목표로 설정한 사례다. 다시 말해, 안전을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닌 '경영 경쟁력의 척도'로 격상시킨 결정이다.
전 임직원과 협력사가 직접 작성한 '3만 개의 안전 다짐문'은 상징적이다. 이는 단순한 전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안전 의식의 내재화'를 위한 의식적 전환 장치로 볼 수 있다. 조형물로 제작돼 매일 현장에서 마주하게 된다는 점에서, 안전을 '구호'가 아닌 '습관'으로 만들려는 시도다.
한화오션의 이번 선언은 산업 전반의 '안전 리더십'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글로벌 조선 시장은 LNG·방산·친환경 선박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들 분야는 모두 고위험·고정밀 공정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안전'은 더 이상 사회적 의무를 넘어 기술·품질·신뢰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결국 한화오션의 '리셋'은 조선소의 안전을 '비용'이 아닌 '미래 생산성'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이는 김희철 대표가 강조한 "대표이사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발언이 보여주듯, 경영철학의 중심을 '사람과 현장'으로 되돌리는 행위다.
이번 한화오션의 선언은 '사고 없는 조선소'라는 이상을 위한 첫 걸음이자, 안전관리의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적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조선업의 미래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 혁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안전'을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은 한화오션의 선택은, 결국 산업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묵직하게 제시하고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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