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이 경기도 화성시에 대규모 '화성캠퍼스'를 공식 준공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과의 전략적 협력에 한층 힘을 실었다. 이번 시설은 첨단 노광장비 부품 재제조와 현장 기술 인력 교육을 동시에 진행하는 복합 거점이다. 이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동탄신도시에 자리를 잡은 ASML 화성캠퍼스는 연면적 약 1만6000㎡에 달한다. 이 안에는 반도체 장비 재제조센터와 트레이닝센터가 핵심 축으로 들어섰으며, 총 2,4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재제조센터는 심자외선(DUV),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부품을 국내에서 직접 정비·재조립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덕분에 국내 고객사의 장비 운영 효율성이 크게 올라가고, 유지보수에 걸리는 시간도 한층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닝센터는 ASML의 첨단 공정 기술을 국내 엔지니어와 연구진에게 직접 전수하는 교육 거점이다. 반도체 장비의 설치와 유지보수, 공정 최적화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길러내 국내 기술력의 자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회사로, 초미세 공정이 핵심인 메모리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화성캠퍼스 준공 역시 두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해줄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ASML은 이 거점을 통해 장비 공급뿐만 아니라 공정 최적화, 유지보수, 인력 양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원을 보다 폭넓게 이어갈 계획이다. 국내 장비 기술자들과 함께하는 기술 세션과 실습 교육도 정례화해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화성캠퍼스 준공은 최근 불안정해진 글로벌 반도체 장비 공급망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장비 수급 차질이 겹치면서 국내 장비 수리·정비 인프라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있었던 터라, 이번 준공은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캠퍼스는 단순한 투자나 시설 확장 차원을 넘어, 한국 내에서 '장비 정비·교육·공급'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뜻깊다"고 평가했다.
준공식에는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와 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을 비롯해 주한 네덜란드 대사,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계자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정부 역시 이번 준공을 계기로 한·네덜란드 간 반도체 기술 협력과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ASML의 투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모범 사례"라며 "정부도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세제·입지·규제 개선 등 다양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화성캠퍼스는 단순한 제조시설을 넘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막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ASML은 앞으로도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의 협력을 넓히고, 장비 유지보수 부품의 국산화율과 현지 공급망 비중을 키워갈 계획이다. 이로 인해 화성은 반도체 장비뿐 아니라 관련 산업 전체의 클러스터 중심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트레이닝센터를 통한 본격적인 기술 교육이 시작되면, 지역 내 반도체 전문 인력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높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 본다. 특히, EUV 장비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ASML이 화성을 아시아 전략 거점으로 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평가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ASML 화성캠퍼스는 장비 생산, 수리, 교육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복합 기지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받쳐주는 든든한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성캠퍼스 준공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도 기술적 독립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트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의 초미세 공정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뿐 아니라 중소 소재·부품·장비 기업과의 상생협력,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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