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는 한입 베어 물면 쫀득하게 늘어나는 질감과 입안을 감싸는 부드러운 유분,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하게 퍼지는 향이 구미를 당긴다. 피자 한 조각, 오븐 파스타 한 숟갈에도 치즈는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치즈는 음식의 풍미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치즈는 생각보다 여러 종류가 있다. 하얗고 부드러운 것부터 단단하고 향이 강한 것까지 종류가 셀 수 없이 많다. 마트나 치즈 전문 매장을 보면 이름도 낯선 제품이 줄지어 있고, 어떤 요리에 어떤 치즈를 써야 하는지 헷갈리기 일쑤다. 모짜렐라, 체다, 고다처럼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탈레지오나 부라타, 리코타, 에멘탈처럼 생소한 종류는 그 차이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모두 우유로 만들어지지만, 숙성 기간과 온도, 제조 방식에 따라 맛과 향, 질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등 각 지역의 기후와 문화가 치즈의 개성을 만들었다. 어떤 치즈는 신선한 우유향이 그대로 살아 있고, 어떤 치즈는 긴 숙성을 거치며 단단하고 진한 풍미를 완성한다. 또 어떤 치즈는 냄새가 강하고 짠맛이 돌지만, 열을 받으면 부드럽게 녹아 요리 전체를 감싸는 역할을 한다.
1. 쫀득한 모짜렐라와 진한 체다, 기본 중의 기본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모짜렐라 치즈는 부드럽고 쫀득한 질감으로 유명하다. 보통 버팔로 우유나 소젖으로 만들며,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아 신선한 우유 향이 그대로 남는다. 피자 위에 녹아내리는 흰 치즈가 바로 모짜렐라다. 열을 받으면 길게 늘어나며, 짭조름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신선한 토마토와 잘 어울려 카프레제 샐러드에도 자주 사용된다. 냉장고에서 너무 오래 두면 수분이 빠져 질감이 딱딱해지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빠르게 먹는 것이 좋다.
체다 치즈는 영국에서 유래한 대표 숙성 치즈다. 오렌지빛을 띠며, 진한 고소함과 약간의 짠맛이 어우러진다. 숙성 기간이 길수록 향이 강하고 단단해진다. 버거나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노란색 치즈 슬라이스가 대부분 체다 치즈에서 파생된 것이다. 열을 받으면 녹지만 쉽게 늘어나지 않아 요리의 형태를 유지하기 좋다.
2. 고소한 고다와 향이 깊은 탈레지오의 세계
고다 치즈는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진 중간 숙성 치즈로,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이 돋보인다. 숙성 기간이 짧으면 달콤하고 부드럽지만, 1년 이상 익힌 고다 치즈는 캐러멜 같은 풍미가 돈다. 와인 안주로도 손색없고, 샌드위치나 오믈렛에도 잘 어울린다. 입안에서 천천히 녹으면서 진한 버터향이 감돌기 때문에 팬케이크나 크루아상에도 자주 쓰인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만들어지는 탈레지오 치즈는 향이 강하고 풍미가 진하다. 숙성 중 표면에 핑크빛 곰팡이가 생기는데, 이 미생물 덕분에 독특한 향이 난다. 겉은 부드럽고 속은 크림처럼 녹아 부드럽게 퍼진다. 향이 다소 강해 생으로 먹기보다 리조또나 파스타에 넣어 풍미를 더하는 데 적합하다. 소량만 넣어도 음식 전체의 향을 바꾸는 치즈다.
3. 부라타와 리코타, 신선함으로 승부하는 치즈
부라타 치즈는 모짜렐라의 변형으로,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크림과 찢은 치즈가 섞여 부드럽게 흘러내린다. 신선한 부라타를 칼로 자르면 안쪽의 치즈 크림이 흘러나오는데, 그 장면만으로도 입맛을 자극한다. 올리브오일과 허브만 곁들여도 훌륭한 한 접시가 된다. 신선도를 유지하려면 구매 후 바로 먹는 게 좋고, 토마토나 바질처럼 향이 강한 재료와 궁합이 좋다.
리코타 치즈는 유청으로 만든 치즈로, 이름 그대로 ‘다시 끓인다’는 뜻을 가진다. 단단한 치즈를 만들고 남은 유청을 가열해 응고시켜 만든 것으로,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이 적다. 담백하고 부드러워 디저트에도 자주 쓰인다. 팬케이크 반죽이나 라자냐 속 재료로 넣으면 부드러움을 더한다. 달지 않으면서 고소한 맛 덕분에 꿀이나 과일을 곁들여 아침 식사로도 인기가 높다.
4. 구멍이 송송 뚫린 에멘탈, 고소함의 정석
에멘탈 치즈는 스위스의 대표 치즈로, 커다란 구멍이 송송 뚫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열을 받으면 잘 녹고 향이 은은해 퐁듀에 많이 쓰인다. 맛은 고소하면서 약간 달콤해 아이들도 좋아한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녹기 때문에 샌드위치나 오믈렛 속 재료로 자주 쓰인다. 스위스에서는 전통적으로 감자 요리에 에멘탈을 뿌려 먹는 문화가 있을 정도로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치즈다.
모짜렐라, 체다, 고다, 탈레지오, 부라타, 리코타, 에멘탈 치즈 외에도 세상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치즈가 있다. 프랑스의 브리와 카망베르는 부드러운 흰곰팡이 치즈로 크래커나 과일과 잘 어울리고, 블루치즈로 불리는 고르곤졸라나 로크포르는 특유의 푸른 곰팡이 향으로 치즈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스위스의 그뤼에르, 이탈리아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처럼 단단하게 숙성된 하드 치즈는 갈아 넣거나 구워 먹기에 좋다. 이렇게 세계 각지의 치즈는 기후와 재료, 전통 제조 방식에 따라 수천 가지로 나뉜다. 치즈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맛을 아는 것을 넘어, 한 나라의 음식 문화와 역사를 함께 맛보는 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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