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뉴욕서 중국 독립영화제 취소…"中당국이 가족 괴롭히며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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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뉴욕서 중국 독립영화제 취소…"中당국이 가족 괴롭히며 압박"

연합뉴스 2025-11-11 17:24: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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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압박으로 개최가 취소된 미국 뉴욕의 중국 독립영화제 '인디차이나' 포스터 중국의 압박으로 개최가 취소된 미국 뉴욕의 중국 독립영화제 '인디차이나' 포스터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미국 뉴욕에서 지난주 열릴 예정이던 중국 독립영화제가 중국 당국의 압박으로 참가자들이 이탈해 결국 취소됐다.

11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중국 독립영화계 인사 주르쿤은 뉴욕에서 새로 출범하는 중국 독립영화제 '인디 차이나'의 총감독으로 행사를 준비하던 중 중국에 있는 부친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부친은 주씨에게 나쁜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닌지 물었고, 중국에 해가 되는 일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다음 날부터 주씨는 작품을 상영하려던 감독, 토론자 등 게스트, 심지어는 자원봉사자로부터 영화제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 대부분은 개인적인 이유를 댔지만 일부는 중국 경찰로부터 영화제에 참가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중국 당국의 압박을 받은 참가자 중에는 수년간 해외에 거주한 중국인이나 외국 국민, 중국계가 아닌 사람들도 있다고 주씨는 전했다.

주씨는 중국 독립영화계에서 유명했던 감독이자 제작자다. 하지만 창설 멤버로 활동했던 베이징독립영화제가 당국의 압력으로 2014년 중단되자 그해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에서 활동해왔다.

올해 초 그는 뉴욕에서 중국 독립영화제를 열겠다고 마음먹고 개인 자금을 털었고, 전 세계에서 약 200편을 출품받아 이 가운데 31편을 선정했다. 이렇게 준비한 '1회 인디차이나' 영화제는 당초 이달 8∼15일에 열리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5일 주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감독들이 줄줄이 참가를 철회해 예정 작품 중 80%를 상영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개막 이틀 전인 6일 결국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제 자체를 취소한다고 알렸다.

그는 홈페이지 글에서 "두려웠거나 굴복해서 이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제 취소가 몇몇 불명의 세력이 영화제 관련 감독, 게스트, 전 직원, 자원봉사자, 내 친구와 가족을 괴롭히는 것을 멈추게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상영예정작 중 일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이나 한 자녀 정책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다른 영화들은 중국 내 주요 상영관에서도 걸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면서 "뉴욕에서도 일이 이렇게 어려워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NYT에 말했다.

중국에서는 한때 독립영화 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이념적 순수성을 강조하고 검열이 강화되면서 대부분 설 자리를 잃었다.

중국의 가장 유명한 독립영화 축제였던 베이징독립영화제는 11회째이던 2014년 개막 당일 취소된 뒤 더는 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의 영화를 만든 감독들은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당국이 외국의 중국 관련 문화예술 행사에 압력을 가한 사례는 최근에도 여럿 있었다.

지난 7월에는 태국의 미술관 전시에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과 홍콩 관련 내용이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삭제·철거됐다. 올해 초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 영화제에서는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상영이 불발됐는데 주최 측은 '외부 요인'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NYT는 뉴욕 영화제에 대한 "중국 당국의 명백한 위협은 중국 정부가 비판적인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해 얼마나 멀리 나아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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