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가하면서 규제를 피한 비수도권 분양시장마저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때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단지에서도 계약 포기 사례가 속출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부산 동래구 사직2동 '힐스테이트 사직 아시아드'는 지난 7일 26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공고했다. 전용 50㎡ 1~13층 20가구와 전용 84㎡ 1~4층 6가구가 대상이다.
문제는 단지가 지난 9월 1·2순위 청약을 진행할 당시만 하더라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집을 완료했다는 점이다. 총 144가구 모집에 2530명이 몰리며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 특히 전용 84㎡ A·B·C 타입 66가구에는 1818명이 접수해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계약 포기자가 속출하면서 저층 물량 일부가 다시 시장에 나오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가 수도권 중심으로 집중되면서 오히려 비규제 지역에 일시적 수요가 몰렸지만, 최근에는 분양가 부담과 금리 여파로 투자 심리가 다시 위축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도 11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72.1로 전달보다 19.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100.2→73.3)과 지방(89.6→71.9) 모두 동반 하락한 모습이다.
주산연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들이 지방 주택을 매도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라며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방 분양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단지별 성적 차이도 점점 벌어지고는 분위기다. 경기 파주 ‘운정 아이파크 시티’는 2897가구 모집에 1669명만 청약해 미달 사태를 겪었다.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역 수자인 로이센트’ 역시 857가구 모집에 786명만 신청했다.
정부 규제 나오자 오히려 양극화 더 심해져
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인 김포 ‘풍무역 푸르지오 더 마크’는 558가구 모집에 9721명이 몰려 평균 17.42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분양가 수준과 입지, 규제 여부에 따라 시장 반응이 극명히 갈리는 양상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11월 전국에서 예정된 분양 단지는 45곳, 총 3만6642가구로 전월(2만5039가구)보다 1만가구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시장 냉각으로 인해 공급 대비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경기도 미분양 물량은 1만2656가구로 전월보다 6.7%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평택(3769가구), 김포(1873가구), 이천(1522가구), 양주(1376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 속에서도 강남·서초권 등 핵심 입지에 공급되는 물량은 여전히 청약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서울 외 지역은 분양가·입지 등 변수에 따라 성패가 극명히 갈리고 있는 만큼 미분양 증가에 대응할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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