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가족부는 10일 충북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 혁신지원센터에서 ‘제2차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을 개최했다. ’지역에서의 성별 인식격차 및 성별에 따른 기회와 역할‘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2030세대 청년 18명(남성 9명·여성 10명)이 참석해 지역민의 눈으로 본 우리 사회의 성별 인식격차와 지역 맞춤형 성평등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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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직업 찾으려면 지역 떠나야”
충북도청이 2023년 발표한 ‘충청북도청년통계’에 따르면 충북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남성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특히 남성 청년 1인 가구 수(5만 4828명)가 여성(3만 2027명)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역의 산업 환경의 특수성을 반영한다는 해석이다. 남성 청년은 20~24세를 제외하고 전입 인구가 더 많았던 반면, 여성 청년은 전 연령대에서 모두 전출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청년들 사이에서는 지역 산업 구조 속 남아 있는 일자리 불균형과 성별 고정관념이 얽혀 결국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연결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공계 전공 중인 20대 여성 대학생 하 모씨는 “충북지역 산업 구조상 시공·현장직이 많아 남성은 지역에서 취업할 기회가 많지만, 장기적으로 그 직무는 내게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역 내 연구·설계직 같은 일자리가 부족해서 자연스럽게 이탈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음악을 전공했지만 다른 분야 일자리를 찾고 있는 20대 여성 구직자 김 모씨는 “충북에서 나고 자라서 이곳에 남고 싶은 맘이 크지만, 반도체 등 제조업이 발달해 있다 보니 더 넓은 분야의 일자리를 알아보고 싶다면 서울로 이탈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다른 지역에 갔다가 경력을 쌓고 다시 내려오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최근 직장 내에서의 성평등 문화가 지역의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따랐다. 서울과 대전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이직하면서 청주로 오게됐다는 20대 여성 직장인 주 모씨는 “과일 선물이 들어오면 여직원이 씻고 깎아와야 하고 밥을 같이 먹어도 여직원이 다 치워야 한다”며 “‘여자는 얌전해야 한다’, ‘화장 좀 하고 다녀라’라는 말을 듣고 고소하고 싶어도 저는 직장을 잃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男 “취업 힘든데 소아과는 안뽑아…육휴 쓰면 승진 포기”
남성 청년들 역시 “2030세대에서는 성별에 따른 직업 인식 차가 많이 나아졌으나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여전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여성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여초’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남학생들의 경우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구조적인 차별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간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조 모씨는 “간호사로 취업하려는 남자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서류 결과를 보면 여자와 남자의 합격 비율이 체감상 8대2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간호학을 전공하는 유 모씨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더 많이 뽑으면서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인데 소아과, 산부인과 등 특정과는 애초에 남자를 안 뽑고 뽑는다 해도 특수파트를 많이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공직사회를 경험했던 20대 남성 구직자 이 모씨는 당시 육아휴직에 대해 “남자가 쓰면 승진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가정에서 인식이 변했는데 직장 환경이 조성이 안돼도, 직장 환경이 조성됐는데 가정에서의 인식이 안 변해도 성별 인식 격차 해소는 불가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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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이분법, 시대착오적…부모세대 함께 성장시켜야”
청년들은 성별이 아닌 청년의 문제로 봐야 해결의 시작점을 찾을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자축구 선수 출신인 20대 예비창업자 김 모씨는 “여성을 약자로 규정하고 보호의 대상으로, 남성을 사회적 특권층이나 가해자로 보는 이분법적 인식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정책은 성별이 아닌 개인의 능력과 상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 부모를 대상으로 사업을 운영해온 30대 여성 오 모씨는 “요즘 아빠들은 자신이 부모로서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기 위해 배우러 온다는 게 과거와 비교해 큰 변화”라며 “성평등 정책은 여성을 지원하는 정책에 더해 부모 세대를 함께 성장시키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직업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강 모씨는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넘는 정책을 주문했다. 그는 “조직문화 개선 사업 공고에 여자 직원만 지원한다고 돼 있지 않는데 기업에서 기관명을 보고는 남자 직원이 있어도 괜찮은지를 묻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는 남자도 일하기 좋은 회사인 만큼 성별을 나누지 않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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