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가 이청화, 자연으로 자연에서 피워낸 ‘청화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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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가 이청화, 자연으로 자연에서 피워낸 ‘청화의 정원’

문화매거진 2025-11-10 17:56:33 신고

▲ 문화매거진과 인터뷰를 진행한 이청화 작가 / 사진: 이청화 제공
▲ 문화매거진과 인터뷰를 진행한 이청화 작가 / 사진: 이청화 제공


[문화매거진=김주현 기자] 쪽풀에서 나오는 푸른빛을 가진 천연 안료인 ‘청화’를 쓴다. 이름 안에 작업 방향과 태도를 담기 위한 것이다. 푸르름, 성장, 생명력을 상징하는 ‘靑(청)’, 그리고 조화, 화합, 평화를 뜻하는 ‘和(화)’. 작가의 이름에서부터 푸르른 생명력과 조화가 느껴진다. 그의 작품을 깊이 살펴보면 더 그렇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나만의 표현 방식이라던 이청화 작가를 만났다. 그는 문화매거진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서양화 전공을 하며 기초를 다졌고, 그 과정에서 한국화의 재료와 기법, 천연염색 같은 자연 재료가 가진 색에 매료되었다”며 “그림을 그리다 보니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가 아니라 자연이 가진 태도, 이를테면 받아들이고, 피어 내고, 다시 돌아가는 순환 같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점차 커졌다”고 강조했다.

“제 그림 주제가 ‘다양한 종의 식물이 조화롭게 피어있는 공간을 내면의 낙원, 마음의 정원’으로 표현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자연 재료와 감각, 한국화 기법이 잘 맞다고 느꼈어요. 이렇게 작업 방향과 기법이 맞물리면서 본격적인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선화예술고등학교 서양화과를 나와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 학사 및 조형문화예술학과 석사를 수료했다. 대학원 시절 전통재료의 매력에 빠져 한국화 기법을 중점으로 작업하고 있다. 

그런 그가 중심으로 둔 키워드는 ‘정원’이다. “그림 그리는 일이 마치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연 속에서 발견한 아스팔트 틈 사이로 피어나는 들꽃이나 나무들이 서로의 가지를 맞닿지 않게 성장하는 자연의 현상을 바라보며 자연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과 수용의 태도에 큰 영감을 받았어요. 이를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자 기법(한국화)이나 재료(천연염색,전통 재료) 그리고 주제(식물·정원)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꼽은 대표작들에서 이를 제대로 엿볼 수 있다. 

▲ 꿈의 정원, 삼베 위에 먹, 석채, 안채, 117×91cm, 2025
▲ 꿈의 정원, 삼베 위에 먹, 석채, 안채, 117×91cm, 2025


‘꿈의 정원’은 다양한 종의 식물이 조화롭게 피어나는 공간, 그 안에 내면의 정원을 그린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삼베, 천연염색 기법으로 ‘환경에 맞춰 피워내는 생명력’이란 주제가 구현된 작업이에요.

▲ 달빛 정원, 쪽염한 삼베 위에 먹, 석채, 안채, 53x45.5cm , 2025
▲ 달빛 정원, 쪽염한 삼베 위에 먹, 석채, 안채, 53x45.5cm , 2025


‘달빛 정원’은 제 작업의 주제와 표현 방식이 가장 명확히 드러난 작품이라 생각해요. 색채와 형태가 ‘정원’이라는 공간을 구축하면서도, 나만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식물 각각이 조화롭게 존재하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거든요.

▲ 서식지1, 삼베 위 먹·석채·안채, 234×91cm, 2025
▲ 서식지1, 삼베 위 먹·석채·안채, 234×91cm, 2025


‘서식지’는 규모, 크기 면에서 제가 도전한 작품 중 하나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현실 너머에 머무르는 마음의 정원이자 내면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으로, 그 의미가 제 작업 전체를 관통한다고 느껴져서 대표작으로 꼽고 싶습니다.

▲ 서식지1, 삼베 위 먹·석채·안채, 234×91cm, 2025
▲ 서식지1, 삼베 위 먹·석채·안채, 234×91cm, 2025


그러니까 ‘이청화’라는 작가와 작품 세계관을 관통하는 자연은,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심지어 슬럼프나 번 아웃을 겪을 때도 자연을 찾는단다. 

“(힘들 때) 산이나 숲이 가까운 시골에 다녀오는 걸 좋아해요. 작업하는 동안 3개월간 경북 의성에서 살아보기도 하고, 도심을 떠나 다양한 지역, 공간으로 이주해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를 채워요. 영감을 받는 법도 식물을 가꾸거나 산을 오르며 자연의 변화와 흐름을 관찰하는 건데요. 그런 일들이 제가 작업에서 놓치고 있던 ‘수용의 태도’, ‘변화의 힘’을 다시 상기시키기도 하고,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던져주기도 해요. 또 소설책을 읽기도 하고요.”

자연을 택해 자연스러운 작품으로 호평을 받기도 하지만, 표현 속도가 느리다는 아쉬움이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본인의 장단으로 꼽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제 안에 변주를 주며 기법, 재료, 시리즈 크기 등을 바꿔가며 실험 중”이다. 

“저는 천연염색, 한국화 재료, 모시나 삼베 같은 자연섬유를 활용하고 표현 방식을 연구하며 전통재료가 가진 색채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화면 위에 담아내 안정성 높은 재료 사용의 폭을 넓혀가고 있어요. 또 자연과 내면, 시간과 변화 같은 테마를 담아내려는 태도가 작업에 깊이를 더해준다고 느낍니다. 다만 표현 속도가 느릴 때가 있어요. 저와 제 작업 방식이 맞긴 하지만 공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바로 표현하고 싶지만 제 방식을 놓치지 않고 싶지 않아 순간의 표현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요. 그래서 실험 중이에요. 모시 위 작업, 종이 위 스크래칭 작업 혹은 다른 자연 재료를 탐색하며 작업세계를 확장하려 해요.”

2025년은 이청화 작가에게 꽤 뜻깊은 해였다. 3년 만의 개인전 ‘정원’을 열어 작품 세계관을 명확히 드러냈고, 운영 중인 ‘청화화실’의 세 번째 단체전 ‘색의 정원’도 마무리했다. 내년도 이 기세를 몰아 다양한 전시를 기획 중이라고. 

“개인적으로는 대형 캔버스 또는 공간 설치형 작업으로 관람자와의 체감 경험을 높이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청화화실 수강생분들도 자신의 작업을 확장, 발전시킬 수 있는 2026년이 되길 바라요.”

그에게 미술이란 ‘그림으로 자아를 만들어나가는 행위’ 그 자체다. 더 구체적으로는 “재료, 관계, 존재 방식을 담아 유기적인 작업물을 만들어가는 행위”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그는 “자연이 가진 수용의 태도와 불완전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피어나려는 생명력에 많은 영감과 에너지를 받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관람자 한 분 한 분께서도 그림을 보시며 자신만의 마음의 정원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요. ‘내 안에도 이런 공간이 있었구나’, ‘나는 이미 피어나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이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이력]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 학사
고려대학교 조형문화예술학과 석사 수료 
선화예술고등학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5 정원, 갤러리허브
2022 인공낙원, 갤러리hoM

[단체전]
2025 where to where, 갤러리hoM
2025 후소회 창립 89주년 제13회 청년작가 초대전
2023 GS건설 공모 전시 2인전, 갤러리시선 

[수상 및 선정]
후소회 창립 89주년 제13회 청년작가 입선
제5회 뉴드로잉프로젝트 입선,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레지던시]
2022 경북 의성 예술가 일촌맺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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