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동차 산업, 공급과잉·출혈 경쟁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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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자동차 산업, 공급과잉·출혈 경쟁 '악순환'

폴리뉴스 2025-11-10 13:02:14 신고

[사진=EPA/연합뉴스]
[사진=EPA/연합뉴스]

중국 자동차 산업이 공급 과잉과 출혈 경쟁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산업 전반의 성장률은 점점 둔화하고 있는데 정작 기업들 사이에서는 생존을 건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10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자동차 산업의 역설, 내권'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완성차 생산능력은 연간 5,507만 대에 달한다. 내수 판매량인 2,690만 대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생산 규모만 보면 세계 1위지만, 이렇게 과잉설비가 누적되면서 효율성은 오히려 크게 떨어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 중 일정 규모를 넘는 기업들만 놓고 보면 평균 가동률이 72.2%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등록된 모든 제조사까지 포함하면 실질 가동률은 50% 근처까지 하락한다. 보통 가동률이 75% 이하면 공급 과잉으로 분류되는데 이 기준에 비춰 봐도 중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사실상 '공급 과잉 체질'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생산 능력이 남아도니까,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이 벌어졌다. 실제로 중국 주요 전기차 브랜드의 평균 판매가격은 2021년 3만1000 달러에서 2024년 2만4000 달러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완성차 업계 전체의 평균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8%에서 4.3%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시장 점유율을 놓치지 않으려고 기업들이 반복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보조금 경쟁까지 벌이다 보니, 중소 제조사들은 연이어 적자에 빠지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130여 개의 전기차 제조사가 있지만, 이 중 BYD, 테슬라차이나, 리오토, 지리자동차 등 소수만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들의 전망도 비슷하다. 현재 업체 중에서 2030년까지 재무적으로 생존이 가능할 곳은 15곳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나머지는 결국 '좀비기업'이 되거나 인수·합병 또는 퇴출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앙정부는 최근 전기차 산업을 전략산업 목록에서 제외하며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제는 과거처럼 대규모 보조금이나 직접적인 재정지원이 아닌, 경쟁을 통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지방으로 내려가면 복잡해진다. 한 지역의 자동차 산업이 흔들릴 경우 곧장 일자리와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지방정부들은 부실기업이라도 쉽게 정리하지 못한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세제 혜택과 저리 대출로 이런 기업들을 억지로 살려두고 있어 구조조정이 늦춰질수록 산업 전체의 비효율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방정부가 단기적인 지역경제 보호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의 변화를 방해한다"며 "시장 원리에 의한 자연스러운 경쟁과 도태가 막히면 혁신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내수 시장이 한계에 다다르자, 중국은 수출 확대 전략으로 방향을 바꿨다. 실제로 유럽과 동남아 지역으로의 전기차 수출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하는 등 새로운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결국 낮은 가격만 믿고 수출을 늘리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기술력과 브랜드 신뢰성, 품질까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수출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고, 기술 중심으로 산업을 다시 짜지 못하면 또 한 번 침체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경고도 들린다.

중국 정부도 올 들어 '반내권(反內卷)'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금으로서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제대로 된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려면 신속한 구조조정과 기업 간 합리적인 경쟁이 필수인데, 지방정부의 이해관계와 정치적인 변수 때문에 개혁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현재 중국 자동차 산업이 겪고 있는 문제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구조적인 위기다. 내수 성장 둔화, 기술력 격차, 브랜드 신뢰도 저하 등 여러 요소가 얽혀 있어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런 중국의 모습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 설비만 빠르게 늘리고 가격 경쟁에만 집중하는 방식은 당장은 성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지속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는 교훈이다.

그리고 중국발 공급 과잉이 계속된다면 값싼 전기차가 전 세계 시장에 빠르게 퍼질 테고, 국내 완성차 업체들 역시 가격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우리 기업들도 기술과 브랜드를 앞세운 질적인 경쟁에 집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세계 최대 생산국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수익성 악화와 부실 누적, 구조조정이 늦어지는 등 여러 위험 요소들이 숨어 있다. 번지르르한 실적 뒤에 감춰진 '내권의 덫'이 얼마나 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중국 자동차 산업이 앞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시장의 자율성과 정부 개입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에 달렸다. 이제 양적으로 성장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느냐에 따라 세계 자동차 시장 전체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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