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서 '비욘드 시네마: 감성의 재구성'
폐필름으로 만든 추상·구상 조형 36점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폐기된 영화필름을 잘라내고 조합해 물감처럼 사용하는 작가 김범수(60)의 개인전 '비욘드 시네마: 감성의 재구성'이 서울 진관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평면, 입체, 설치 등 총 36점이 출품됐다.
작가는 35㎜, 16㎜, 8㎜ 등 다양한 규격의 폐필름을 이용, 필름을 자르고 붙여 좌우 대칭의 기하학적 패턴을 만들어 낸다.
작품에서 한 발 떨어져 보면 색유리로 만든 만다라나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추상 작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 보면 색유리 대신 폐필름이 붙어 있어 그 안에 담긴 장면과 인물들이 드러난다. 실제 촬영에 쓰인 필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로버트 레드포드나 조승우, 차태현 같은 영화 속 유명 배우들의 얼굴도 찾아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하늘을 찍은 필름은 하늘색이 나오고, 빨간 옷을 입은 인물을 찍은 필름은 붉은빛이 난다"며 "필름을 색깔별로 분류해 놓고 필요한 색에 맞는 필름을 찾아 물감처럼 사용한다"고 말했다.
'서술을 넘어서'는 윗부분은 반원, 아래는 사각형인 아치 창문 모양 4점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아크릴 박스에 영화 필름으로 곡선과 원형의 기하학무늬를 만들었고, 그 뒤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켜 스테인드글라스 창처럼 연출했다.
'감성적 눈물'은 가로로 긴 사각형 아크릴판 3개에 필름으로 눈 모양을 만들고, 그 뒤로는 만다라 같은 원형이 배경으로 펼쳐져 있다. 수많은 원형 속 눈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숨겨진 감성'은 세로로 긴 아크릴판 3개를 나란히 배치하고, '만다라'처럼 수많은 원형을 겹쳐 화면을 가득 채운 작품이다. 평면이지만 원이 솟아오르는 것 같은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김범수는 뉴욕 유학 시절 우연히 영화 필름을 얻었고 그 뒤로 30년 가까이 이를 재료로 작업하고 있다.
작가는 "영화는 보통 1초에 24컷이 찍히는데 같은 장면처럼 보여도 자세히 보면 프레임마다 조금씩 색이 변한다"며 "시간의 흐름을 정지시켜 찰나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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