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은 어떤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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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당신은 어떤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가

메디먼트뉴스 2025-11-07 21:07:10 신고

*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영화 '원더풀 라이프(Wonderful Life, 1998)' 포스터
영화 '원더풀 라이프(Wonderful Life, 1998)' 포스터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가족과 삶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섬세하게 다뤄온 세계적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의 초기작인 1998년 영화 <원더풀 라이프(wonderful life)> 는 여전히  깊은 사유를 던지는 수작으로 손꼽힌다. 이 영화는 우리가 흔히 죽음 이후라고 부르는 미지의 공간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가장 사적이며 보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무대는 림보(Limbo)라 불리는 중간역이다. 이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이제 막 삶을 마친 영혼들로, 천국으로 향하기 전 단 일주일의 시간을 부여받는다. 그 일주일 동안 그들은 자신의 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행복했던 단 하나의 기억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억만이 그들이 영원히 간직하고 가져갈 수 있는 전부가 된다. 고레에다 감독은 림보를 낡고 소박한 일본식 건물로 설정하며, 신비로움 대신 일상적인 공기를 채워 넣는다. 이곳의 직원들은 삶의 기록 관리자이자 기억의 영화 제작자이다. 선택된 단 하나의 기억은 숙련된 직원들의 손을 거쳐 즉석에서 짧은 영화로 재현된다. 폭풍우 치던 날의 포옹, 주말 아침의 햇살, 좋아하는 배우의 미소 등 지극히 평범한 순간들이 스크린에 투사될 때, 영혼들은 그 기억을 품고 영원한 곳으로 떠난다.

<원더풀 라이프> 의 가장 큰 미덕은 다큐멘터리적인 연출에 있다. 영화는 실제로 배우가 아닌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묻고, 그들의 솔직한 답변을 영화 속에 녹여냈다. 이우라 아라타가 연기하는 젊은 직원 모치즈키가 영혼들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들은, 때로는 밋밋하고 때로는 눈물겨운 삶의 단면들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특히, 자신의 기억을 고르지 못하고 방황하는 노인 와타나베와,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 자신의 선택을 주저하는 모치즈키 직원의 이야기는 이 영화의 핵심이다. 기억을 재현하는 과정을 통해 기억은 곧 존재이며, 기억을 선택하는 것은 곧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행위임을 조용히 역설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무엇이며, 당신은 어떤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가? <원더풀 라이프> 는 화려한 특수효과나 극적인 서사 없이, 오직 인간의 기억과 감정의 힘에 의존하여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들은 자신의 앨범을 꺼내 보듯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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