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이 다시 한 번 '바가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유튜브와 해외 커뮤니티를 통해 위생 불량과 불친절, 과도한 가격 책정 문제가 연달아 제기되면서 시장 전체의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반응이 퍼지고 있어 서울의 대표 전통시장의 이미지 타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구독자 150만 명을 보유한 요리·먹방 전문 유튜버 '이상한 과자가게'는 지난 4일 "이러면 광장시장 다신 안 가게 될 것 같아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그는 순대, 칼국수, 튀김 등 시장 내 다섯 곳의 점포를 방문해 "위생, 서비스, 가격 모두 기대 이하였다"고 비판했다. 영상은 이틀 만에 수백만 회를 넘기며 빠르게 확산됐고 시장 상인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유튜버는 "노점 다섯 곳 중 네 곳이 불친절했다"며 "칼국수집에서는 면을 삶을 때 손님 그릇의 고명이 다른 손님 국수에 섞이는 비위생적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어 순대집에서는 메뉴판에 8000원으로 적힌 음식 값을 1만원으로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영상 속 구체적인 사례들이 공개되자 온라인에서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 상술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바가지 논란은 해외로도 빠르게 번졌다. 외국인 여행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가격에 비해 음식 품질이 너무 낮다"거나 "광장시장에서 먹은 비빔밥이 최악이었다.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광장시장은 오랜 기간 한국 여행 필수 코스로 꼽혀왔지만 최근 부정적 평가가 늘면서 '기피 시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실제 관광객 불편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온 프루안(Fruean·28) 씨는 "며칠 전 친구들과 떡볶이를 사 먹었는데 사장이 현금 결제를 요구했다"며 "카드 결제는 일정 금액 이상이어야 가능하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현금으로 냈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이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광장시장은 이미 지난해에도 '모둠전 1만5000원' 논란, 추가 주문 강요, 카드 결제 거부 문제로 한 차례 도마에 올랐다. 당시 서울시와 종로구는 '정량 표시제'와 '사전 가격 협의제'를 도입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동일한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은 광장시장 대신 망원시장이나 경동시장 등 다른 재래시장을 찾고 있다. 최근 SNS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망원시장이 더 깨끗하고 친절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망원시장 관계자는 "그동안 바가지 문제로 민원이 접수된 적이 없었다"며 "따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고객 신뢰가 유지되도록 내부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해외 주요 전통시장들은 관광객과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가격 투명화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츠키지 시장과 구로몬 시장은 모든 상품에 가격표를 부착해 내국인과 외국인 구분 없이 동일한 가격을 적용한다. 상인회가 시장 질서와 위생, 가격 정책을 통제하며 일정 기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
영국 런던의 대표 전통시장 '버로우 마켓(Borough Market)'은 비영리 운영위원회가 직접 시장을 관리한다. 위원회는 상인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가격과 품질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소비자 불만 신고 시스템을 운영해 신속히 대응한다. 덕분에 버로우 마켓은 '공정한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며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신뢰받고 있다.
독일 뮌헨의 '빅투알리엔 마르크트(Viktualienmarkt)' 역시 시정부가 직접 운영권을 관리한다. 시는 매년 품질과 가격을 점검해 기준을 충족한 점포에만 영업 허가를 갱신한다. 가격을 속이거나 불친절 사례가 발생하면 즉시 제재를 가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제도 덕분에 빅투알리엔 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바가지 없는 시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 종로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점 실명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노점 가판대 실태조사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마련된 이 제도는 도로법 제61조에 근거해 점용허가를 받은 상인의 이름을 명시하고, 점용 면적과 기간을 명확히 규정해 불법 점유와 과다 요금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연내 시행을 목표로 현장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며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신뢰가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김영국 강원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는 진정성과 지역 생활문화를 체험하기 위해서인데 그곳에서 바가지를 겪는다면 실망감이 훨씬 크다"며 "장기적으로는 시장 스스로 투명한 가격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은 광장시장이 주목받고 있지만, 신뢰가 무너지면 소비자 반감은 순식간에 확산된다"며 "논란이 없는 시장들도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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