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에베(LOEWE)가 2026 봄·여름 프리컬렉션 캠페인을 공개하며 다시 한번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흐렸다. 홀리데이 시즌을 겨냥해 선보인 이번 컬렉션은 메탈릭한 질감, 경쾌한 컬러 팔레트, 그리고 공예적 디테일이 어우러져 로에베만의 감각을 극대화했다. 사진가 칼린 제이콥스(Carlijn Jacobs)가 담아낸 비주얼은 생동감 넘치는 조명과 그래픽적인 구성으로 브랜드의 유머러스한 정체성을 그려냈다.
캠페인 속 배경은 절제된 회화적 감각으로 완성됐다. 인타르시아와 자수, 광택 소재가 교차하며 제품의 질감이 한층 살아난다. 모델의 존재감보다는 오브제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연출 덕분에 관객은 자연스레 로에베의 공예적 시선에 집중하게 된다. 이 모든 요소가 결합해 로에베가 추구하는 ‘예술적 실험’의 미학을 드러낸다.
이번 프리컬렉션은 ‘고양이를 그리는 화가’로 불린 영국 화가 루이스 웨인(Louis Wain, 1860~1939)의 세계에서 영감을 받았다. 웨인의 ‘퓨처리스트 캣(Futurist Cats)’ 시리즈 도자기 화병은 다채로운 색감과 기하학적 패턴으로 고양이를 유머러스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로에베는 이 독창적인 미술 세계를 하우스의 장인정신과 결합해, 예술이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새로운 형태의 럭셔리를 구현했다.
퍼즐, 플라멩코 클러치, 아마조나 등 시그니처 백에는 정교한 인타르시아 자수와 트롱프뢰유 프린트가 더해졌다. 특히 웨인의 도자기 모티프를 재해석한 ‘퓨처리스트 캣 클러치’는 구조적인 실루엣 속에 장난스러운 생명력을 담았다. 고양이의 얼굴과 발바닥, 줄무늬 디테일은 다양한 가죽 아이템에 흩뿌려져 로에베 특유의 예술적 균형감을 형성한다.
의류 라인은 나파 램스킨으로 완성된 크롭 재킷, 풍성한 벌룬 실루엣의 바이커 재킷, 수공예 니트웨어 등이 중심을 이룬다. 벨트와 포켓이 통합된 재킷은 워크웨어의 실용미를 세련되게 재해석했고, 니트웨어는 실과 질감의 결을 살려 손맛이 느껴지는 공예적 깊이를 보여준다. 슈즈 컬렉션에서는 페탈 애너그램 샌들과 플라멩코 놋 샌들이 등장하며, 힐에 고양이 참을 더한 ‘토이 펌프스’가 시선을 끈다.
남성 라인 역시 퍼즐 백, 루프 버킷, 바비 핸들 부츠 등으로 구성되어 여성 컬렉션과 감각적으로 호흡을 맞춘다. 유연한 형태와 소재의 대조, 미묘한 색감 조합이 어우러져 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담았다.
패션업계에서는 로에베의 이번 행보를 단순한 협업을 넘어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확장’으로 평가한다. 예술가 루이스 웨인의 상상력과 로에베의 공예 기술이 만나, 유머와 정교함이 공존하는 시각적 언어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또한 프리컬렉션을 연말 시즌에 맞춰 공개함으로써 새로운 트렌드와 소비 흐름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려는 전략적 의도도 엿보인다.
로에베는 “예술적 영감은 브랜드의 중심”이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실험적인 디자인과 장인의 손끝이 만들어낸 이번 ‘퓨처리스트 캣’ 캡슐 컬렉션은, 패션을 넘어 감각적인 예술 작품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로에베 매거진 9호는 오는 11월 13일부터 전국 로에베 스토어와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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