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응해 ‘AI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려는 조치로, 사실상 엔비디아 칩을 전면 배제한 강경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Reuters)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규제당국이 정부 보조금이 투입된 AI 데이터센터 가운데 진척률이 30% 미만인 시설에는 설치된 외국산 반도체를 전면 제거하거나 구매 계획을 취소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공정이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된 시설의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예외 여부를 검토한다(projects in a more advanced stage will be decided on a case-by-case basis)”는 단서가 붙었다. 이번 지침에는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 반도체 ‘H20’을 비롯해 ‘B200’, ‘H200’ 등 고성능 칩이 모두 포함됐다.
로이터가 입수한 중국 정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이후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1000억달러(약 137조원) 이상을 투입해 왔다.
적용 대상이 될 구체적 시설 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소식통들은 “중국 북서부 지역의 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착공 전 단계의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를 “중국이 핵심 인프라 영역에서 외국 기술을 배제하려는 가장 강력한 단속”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보안상 이유’를 들어 대형 기술기업들의 엔비디아 칩 구매를 사실상 금지한 상태다.
그 결과 엔비디아의 중국 내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022년 95%에서 현재 0%로 추락했다. 이 같은 ‘자국산 강제 전환’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와 맞물려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엔비디아 등 주요 업체의 고성능 AI 반도체를 중국으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최첨단 칩 블랙웰은 미국 외 국가에 절대 주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중국은 이에 맞서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 자국 AI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및 배포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국가 핵심 인프라에 미국 마이크론 제품 사용을 전면 금지해 결국 마이크론이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 중국 반도체 업계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AI 반도체의 품질·효율·소프트웨어 생태계 측면에서 중국산은 아직 엔비디아를 따라잡기 어렵다”며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엔비디아 칩에 익숙한 중국 내 개발자들이 자국산 칩 사용을 꺼리는 점도 구조적 한계로 꼽힌다.
SMIC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미국 제재로 첨단 공정에 접근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최신 반도체로 구동되는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수천억달러 규모의 AI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반도체 자급화가 진행되더라도 미·중 간 AI 연산력 격차는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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