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의 적자가 장기화되면서 한상우 대표의 경영전략 전반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상우 대표는 '중국통'으로 불리며 글로벌 확장을 주도하기 위해 영입됐지만 중국 시장 진출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한 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 54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73% 감소한 1275억원에 그쳤다. 연간 실적 하락폭은 더 뚜렷하다. 영업이익은 △2022년 1758억원 △2023년 745억원 △2024년 65억원 △2025년 상반기 –210억원으로 급감했다. 매출 또한 1조원을 웃돌던 수준에서 지난해 기준 7388억원까지 축소됐다.
카카오게임즈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한상우 대표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 대표는 2023년 3월 카카오게임즈의 글로벌 시장 확장을 이끌 인물로 선임됐다. 그는 텐센트에서 3년간 근무한 경력을 지닌 중국 시장 전문가로 네오위즈게임즈 중국 법인을 이끌며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한 인물이다.
문제는 중국의 정책 변화다. 2018년 중국 정부가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내리며 판호 발급을 중단한 이후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진출 통로가 사실상 차단됐다. 판호는 중국 내 게임 서비스와 유통을 위한 필수 인허가권이다. 2021년 이후 일부 발급이 재개됐지만 한한령 이전 연간 수십 건씩 나오던 것과 달리 현재는 연간 10건에도 못미친다. 카카오게임즈는 한한령 이후 단 한 건의 판호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표 역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북미·유럽 등 비중국권 시장을 공략했으나 결과는 미미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핵심 시장을 설정하지 않고 '글로벌 전방위' 전략을 취한 것이 패착이었다"며 "국가별 유저 특성에 맞춘 현지화 전략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게임업계에서 호실적을 내고있는 넥슨과 크래프톤의 경우 포괄적인 글로벌 공략보단 특정 국가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경우 대표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의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크래프톤은 게임사 중 유일하게 인도본부장이 임원직에 올라가 있다. 넥슨은 일본 시장에 주력하며 블루 아카이브 등 현지 흥행작을 잇따라 배출했다. 이정현 넥슨 일본 법인 대표가 직접 현지 공략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올해 들어 한중 관계가 다소 완화되며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 건수가 소폭 늘고 있다는 점은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중국에서 발급한 판호는 총 16개로 한한령 이후 최대치다. 한 대표도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텐센트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의 가치와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재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주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발언 이후 9개월이 지났지만 중국 진출 가시적 성과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지난해 1월 2만5000원대에서 이달 7일 기준 1만5530원까지 하락했다. 2021년 최고가 11만6000원과 비교하면 86.6% 급락한 수준이다.
카카오게임즈 소액주주 김승길 씨는 "중국 판호에 대한 기대감만 강조한지 긴 시간이 지났다"며 "중국을 공략하지 못할 것이었으면 중국 시장 전문가가 아닌 다른 사람을 대표직으로 선임해 진작에 대체 시장을 찾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중국 시장 재진출 발언이 나와도 주가 변동조차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판호 발급 중단 이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게임사들만이 성과를 냈다"며 "국가별 맞춤 전략이 글로벌 성공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령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리더라도 현지 기업 경쟁력이 한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한 만큼 과거와 같은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카카오게임즈는 내년부터 신작 11종을 순차 출시하며 반등을 시도할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그간 축적된 글로벌 서비스 경험을 기반으로 내년부터 신작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실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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