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발레리나 김주원은 이제 무대를 넘어 예술행정가이자 창작 기획자로 한국 발레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대한민국발레축제 대표 겸 예술감독,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 예술감독이라는 두 자리에서 그녀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발레는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와 일상을 연결하는 문화적 매개체다.
올해 제15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주제는 ‘연결(conneXion)’. 김주원 감독은 세대와 장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무대를 통해 발레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전통 발레의 전설과 스타 발레리나의 헌정 공연을 한 무대에 올리고, 스타 발레리노를 중심으로 K-POP 콘서트를 연상시키는 무대를 기획하는 방식은 클래식과 대중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이었다.
그녀가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느림’의 공존이다. 관객의 감각은 빠른 호흡을 요구하지만, 발레는 여전히 느림의 미학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소통한다. 김주원의 무대는 그 균형을 시도하는 장이다. 이러한 접근은 발레를 공연 그 이상의 사회적·문화적 경험으로 확장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 창단과 함께 김주원이 보여준 행보 또한 주목할 만하다. 지역 기반 창작 발레 시스템 구축, 시즌제 운영, 창작 중심의 공연 제작 구조 설계 등은 행정적 성과를 넘어 지역 문화 생태계에 예술을 스며들게 하는 전략적 시도다. 첫 창작 레퍼토리 ‘샤이닝 웨이브’는 부산의 바다를 배경으로 한 감성적 이야기로, 음악과 안무, 무대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며 지역과 예술을 연결했다.
그녀는 발레의 국제적 위상과 국내 환경 개선 문제를 동시에 언급한다. 해외 진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안정적인 처우와 지속적인 무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은 한국 발레의 지속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김주원의 시선은 공연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멈(Mu:m)춤 프로젝트’와 같은 공공 예술 참여는, 예술이 사회적 단절을 치유하고 소통을 연결하는 도구임을 보여준다. 팬데믹 이후 단절된 사회 속 다양한 참여자와 함께한 댄스필름과 공항 플래시몹 퍼포먼스는 일상 속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구현했다.
김주원은 발레 공연뿐 아니라 후학 양성에도 힘쓴다. 서울사이버대학교 부학장으로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늘봄예술학교’ 명예교사로 활동하며, 다음 세대 무용수와 안무가의 성장을 지원한다. 이는 한국 발레가 단순히 해외로 수출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김주원의 행보는 발레를 넘어 사회적, 문화적 플랫폼을 설계하는 시도다. 무대 위 섬세한 움직임은 무대 밖에서 한국 발레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으로 이어진다. 발레리나 김주원이 예술행정가 김주원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한국 발레의 새로운 지형을 만드는 문화적 실험이다.
예술과 사회, 전통과 대중, 지역과 세계를 잇는 그녀의 발걸음은 한국 발레의 미래를 보여주는 청사진이다. 김주원이 만들어가는 무대와 행정적 전략은 문화 예술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실천하는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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