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레드 닷 어워드'에서 총 14개 상을 휩쓸었다. 단순히 자동차의 외형을 넘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과 '문화 경험'을 디자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은 두 회사가 제조기업을 넘어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번 수상의 중심에는 단연 현대차의 단편 영화 '밤낚시'가 있다.
배우 손석구, 이노션과 협업한 이 작품은 전기차 충전소라는 일상적 공간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확장시켰다. 자동차의 카메라를 영화의 '시점'으로 활용하는 실험적 연출은 "기술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비춘다"는 현대차의 브랜드 철학을 드러낸다.
'밤낚시'는 이미 칸 라이언즈, 클리오, 뉴욕페스티벌 등 세계 주요 광고제를 석권했으며, 이번 레드 닷 어워드 '필름 &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상(Best of the Best)' 수상으로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정점'으로 평가받았다.
이처럼 현대차는 단순한 제품 홍보가 아니라, 모빌리티를 매개로 한 문화 콘텐츠를 창조하는 기업으로 자신을 재정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의 'CX 스마트팜'과 한식당 '나오(Na Oh)'는 기술과 문화, 지속가능성을 결합한 대표적 사례다.
스마트팜은 씨앗 파종에서 시식까지의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로보틱스 기반 스마트 농업 공간으로, "인간 중심 기술"이라는 현대차의 철학을 공간화했다.
한편 '나오'는 한국 장인의 손길과 계절의 감각을 담아낸 한식당으로, 단순한 레스토랑을 넘어 '한국 문화의 확장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두 공간 모두 레드 닷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하며, 브랜드 경험이 기술과 문화의 경계를 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현대차의 수상작 중 '현대 애드크리에이터'와 '하이드로젠 웨이브', '모빌렛'은 디지털 전환 시대의 브랜드 혁신을 상징한다.
'현대 애드크리에이터'는 전 세계 딜러가 AI를 활용해 손쉽게 광고를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데이터 기반의 브랜딩 민주화'를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이드로젠 웨이브'는 수소 비전을 미디어아트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산업적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한 사례다.
특히 생성형 AI 프로젝트 '모빌렛(Mobilet)'은 자율주행과 인간 욕구의 관계를 풍자적으로 표현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예술적 실험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아는 이번 어워드에서 총 5개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특히 'AI 어시스턴트 디자인'은 로고 기반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브랜드 철학을 직관적으로 구현했으며, 인간과 기계의 감성적 교감을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 United)' 전시와 인천공항 체험관은 공간 커뮤니케이션의 모범으로, 기아의 미래 디자인 방향성을 공감각적으로 전달했다.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인 'PV5 Story'와 'PV5 Adventure'는 플레이모빌 캐릭터를 활용해 물류·모빌리티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관람객에게 "이해 가능한 미래"를 경험시켰다.
이번 14관왕은 현대차·기아가 단순한 차량 디자인을 넘어 '경험·문화·콘텐츠를 디자인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자동차 브랜드가 '기술의 미학'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의미의 미학'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를 매개로 예술·문화·디지털 기술을 통합하는 브랜드 서사 구조를 정교하게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이동의 기술이 아닌, 삶의 감동을 주는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각인시키고 있다.
레드 닷 어워드의 수상은 단순한 '디자인의 성취'가 아니다.
이는 현대차·기아가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기술 기업'을 넘어 '문화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선언한 상징적 사건이다.
모빌리티의 미래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경험·감성·문화의 결합체로 확장되고 있는 지금, 현대차·기아의 이번 성과는 한국 산업 디자인이 세계적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웅변한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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