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팬레터’가 데뷔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온다. 오는 12월 5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펼쳐질 이번 무대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이자 K-뮤지컬의 세계화를 이끈 작품으로서 또 한 번의 진화를 예고한다.
‘팬레터’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문단을 배경으로 한 팩션(Faction) 뮤지컬이다. 천재 소설가 김해진과 그의 열렬한 팬이자 작가 지망생 정세훈,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작가 히카루를 중심으로, 문인들의 예술적 열망과 복잡한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당시 ‘구인회’ 문학 모임에서 영감을 받은 설정은 현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엮으며, 인간 내면의 사랑·존경·질투를 예술로 승화시킨다.
이번 시즌에서 주목할 점은 ‘히카루’라는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감정의 결이다. 비밀스럽고 매혹적인 이 인물은 이야기의 균형추이자 서정적 긴장을 불어넣는 존재다. 문학적 은유로 짜인 대사와 감각적인 가사는 극의 품격을 한층 끌어올린다. 한 뮤지컬 평론가는 “‘팬레터’는 대사 하나, 노트 한 장조차 시처럼 정제된 작품”이라 평했다.
무대의 매혹은 서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재즈와 클래식의 결을 잇는 넘버들이 인물의 심리를 따라 리드미컬하게 변주되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특히 1930년대 카페, 서재, 출판사 등 당시의 모던한 공간을 구현한 세트 디자인은 빛과 그림자의 대비로 서정적인 비극미를 완성한다. 무대 위 한 줄기 조명이 문인의 고뇌를 비추는 장면에서는 “마치 시 한 편을 보는 듯했다”는 관객 반응이 이어졌다.
‘팬레터’는 이미 국내외에서 예술성과 흥행성을 모두 입증했다. 2017년 재연 당시에는 왕가위 감독이 설립한 블락투뮤직이 투자사로 참여하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미학”이라 호평을 받았다. 이후 2018년 대만 초청 공연을 시작으로 2024년 일본 라이선스 초연에서는 ‘제17회 오다시마 유시 번역희곡상’을 수상했다. 2022년부터 매해 이어진 중국 공연 또한 올해 ‘중국뮤지컬협회 연례시상식’에서 베스트 라이선스 뮤지컬 등 7개 부문을 석권하며 아시아권 K-뮤지컬의 위상을 높였다.
이번 시즌 캐스팅은 팬들에게 또 다른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김해진 역에는 에녹, 김종구, 김경수, 이규형이 이름을 올렸고, 정세훈 역은 문성일, 윤소호, 김리현, 원태민이 맡는다. 미스터리한 히카루 역에는 소정화, 김히어라, 강혜인, 김이후가 출연하며 각자의 색으로 서늘하고도 아름다운 캐릭터를 재창조할 예정이다. 여기에 박정표, 정민, 이형훈 등 실력파 배우진이 더해져 작품의 밀도를 완성한다.
감정의 진폭이 크지만, 표현은 절제된 이 작품은 여전히 관객의 마음에 편지를 쓴다. 10년 전의 첫 관객이든, 지금 처음 마주하는 관객이든, ‘팬레터’의 잉크는 여전히 따뜻하게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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