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었던 알베르게를 뒤로 하고 다시 출발
오늘은 몸이 아픈 상태에서 30k를 가야 하기에
좀 더 일찍 나옴. 다리가 안움직이니 더 걸릴 것 같아서.
Los arcos
난 원래 겁이 많은 편이라
어두운 곳은 무조건 피하는데
순례길 와서 겁이 사라진건지 뭔지
아니 그냥 이동하기 바빠서 일까
불빛 하나 없는 새벽에 혼자 걷는게 일상이 됐음
1. 너무 일찍 나와서 이 길을 제대로 못봐서 아숩
2. 무릎 아파. 속도가 너무 느려 답답해
3. 오늘 비 소식이 있어서 제발 빨리좀
생각 뿐
11월의 순례길은 황량하다.
근데 이것도 이것의 맛이 있다.
사진으론 다 안담긴다.
하늘도 비 소식에 먹구름만 잔뜩 끼고
강풍이 피레네 산맥 때 뺨치게 분다.
오늘 목표 두 번째 도시 로그로뇨.
오늘 길은 그래도 거진 평지여서
다리를 질질 끄는데도 좀 빨리 왔다.
많은 이들의 소원이 담긴. 부엔 까미노
하루종일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강한 바람 탓인지 구름도 휩쓸려 날아가는게 눈에 보이더라
저렇게 빨리 움직이는 구름은 처음 봄
언제나 들어도 좋은 말, 부엔 까미노.
로그로뇨 전 마을. 여기도 규모가 크다.
아직 한참 남았겠다 싶었는데 5k라고 해서 깜놀
갈수록 통증은 심해지고 속도는 느려져서
오후 4~5 쯤에야 도착하겠네 했는데 2시더라
근데 하도 느리니까
출발은 1등으로 했는데
같은 알베르게에 있던 사람들 죄다 날 지나침
그래도 다리 질질 끌어서 꽤나 멀리 왔다.
로그로뇨 공립 알베르게는 오픈이 3시여서
문 닫은 줄 알고 다른데로 간 사람들이 많았다.
자리가 많이 남고 어제 본 사람들이 거의 없음
고민하다가 나는 산티아고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기에
알베르게에 물어봐서 제일 잘 하는 병원 알려달랬고
와서 두 시간 대기하고 진료 받고 약 처방 받았는데 139유로
살기엔 한국이 천국인가봐 진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비 오는 로그로뇨 시내
나는 알베르게에서 내일까지 하루 더 쉬기로 했다.
무릎이 완전 회복된 후에 진행하기로 결정
그래서 등심을 사왔다. 나도 보양좀 할 겸
+ 며칠 전부터 계속 이동이 같았던 젊은 한국 친구들이
내일 떠나면 앞으로 보기 힘들거 같아(빠름)
지금까지 고마웠어서 대접하려고.
맛있게 먹어줘서, 그리고 아쉬워해줘서 고마웠다.
참 사람 냄새 나는 친구들이었다. 행복했다.
파파고 ㅅㅂ 해석을 잘못해서
하루 한 알씩 3번, 3일 먹으라는 것을
끼니마다 세 알씩 먹으라고 잘못 번역
세 알 먹고 나서 의료직종에 계신 것 같은 분께 여쭤보니
"그거 3알 한 꺼번에 드시면 위 빵꾸나요!"
냉동실에 누가 얼음찜질 놓고 갔길래 열심히 하는 중
이거 하니까 좀 낫더라.
하도 힘들고 아프고 두 손은 스틱만 잡고 있으니
사진도 별로 없고, 다른 생각할 겨룰도 없고.
오늘은 별로 쓸 말이 없다.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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