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넬로=엠투데이 최태인 기자] 페라리의 레이싱 DNA 계보를 잇는 모델이자 페라리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특별한 스페셜 모델을 만나기 위해 이탈리아로 날아갔다.
주인공은 V6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스페셜 모델인 '296 스페치알레(296 Speciale)'다.
296 스페치알레는 기존 296 GTB를 기반으로, 우아함을 유지하면서도 공격성을 극대화해 '주행의 짜릿함'에 있어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탄생했다.
'스페치알레(Speciale)'는 단순한 트림이 아니라 페라리의 철학을 가장 순수하게 구현한 상징이다. 성능·경량화·공기역학·디자인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퍼포먼스와 드라이빙 감성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GTB가 기술의 결정체라면, 스페치알레는 감각의 절정이다.
이처럼 특별한 페라리 296 스페치알레를 이탈리아 도심과 와인딩 코스에 이어 지난 1972년 개장한 페라리만의 특별한 피오라노 서킷에서 경험해볼 수 있었다.
본격 시승에 앞서 페라리 296 스페치알레의 외장 및 실내 디자인부터 살펴봤다.
먼저 외장 디자인은 묘하게 익숙하면서도 296 GTB와 전혀 다른 포스를 내뿜는다. 296 스페치알레는 과거 챌린지 스트라달레, 430 스쿠데리아, 458 스페치알레, 488 피스타로 이어지는 페라리의 베를리네타 스페셜 버전의 계보를 잇는 모델이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296 GTB와 비슷한 듯 하지만, 디테일 요소들을 하나 하나씩 보면 페라리 엔지니어들의 혁신을 그대로 녹여낸 디자인을 보고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전면부는 강력한 성능과 존재감을 발산하며, 모터스포츠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을 분명히 드러낸다. 날렵한 헤드램프와 매끄럽게 이어지는 보닛은 더욱 깊이 패인 듯한 형상인데, 이는 불필요한 볼륨을 절제해 양각과 음각의 대비효과를 만들어낸 결과다.
보닛 위에 대칭으로 배열된 세 쌍의 루버 또한 강렬하고 역동적인 인상을 드러내는 요소인데, 이는 페라리 스페셜 모델만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다.
또 하단의 새로운 프론트 플로팅 스플리터와 깊고 와이드하게 파인 S-덕트는 노즈 아래로 흐르는 공기를 효율적으로 분산시켜 리프트를 최소화하고 다운포스를 극대화한다.
측면부는 깊고 역동적으로 디자인된 카본 사이드 스커트와 블랙 루프 등 더욱 과감한 디테일들이 스포티함은 물론 공기역학적 자세를 연출하며, 차량이 정지 상태에서도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앞쪽 측면은 시각적 무게 중심이 더 낮게 설정됐고, 실루엣에서 돌출된 리어 윙렛은 전체적인 디자인에 강력한 힘과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특히, F80에서 영감받아 296 스페치알레를 위해 새롭게 디자인된 화이트 컬러의 5-스포크 경량 휠은 강렬한 그린 톤의 '베르데 뉘르부르크링(Verde Nürburgring)' 컬러와 세련된 조합을 보여준다.
후면부에서 가장 주목할 포인트는 테일 양쪽 끝단에 새롭게 추가된 두 개의 돌출형 사이드 윙으로, 테일을 감싸듯 배치됐다. 이 역시 모터스포츠에서 파생된 것으로 FXX-K와 296 챌린지의 특징을 하나의 요소로 통합한 것이다.
수직 핀은 뒤쪽 바람길을 정리해 공기 저항을 줄이고 수평면의 형상은 다운포스를 생성해 주행성능을 높여주고, 사이드 윙은 차 후면 끝에 위치해 리어 라디에이터에서 배출되는 냉각 공기 흐름과 상호작용해 라디에이터 자체의 냉각 효율을 끌어 올린다.
또 테일램프를 감싼 블랙 스트립도 면적이 더 넓어졌는데, 이는 296 GTB의 블랙 스크린 콘셉트를 한층 더 발전시켰으며, 시각적으로 더 날렵하고 공격적인 인상을 만들어내는 디자인 요소다. 디퓨저는 레이스카처럼 수평 형태로 양옆으로 넓게 뻗었고, F80처럼 디퓨저 위쪽에 위치한 배기구는 기술적인 형태로 구성돼 296 스페치알레의 성능을 더욱 부각시킨다.
앞서 플라비오 만조니 페라리 디자인 총괄은 "296 스페치알레의 모든 곡선은 단순히 형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공기를 다루기 위한 계산의 결과다. 이 차의 디자인은 '아름다움의 결과물'이 아니라, '성능의 부산물'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보다 '움직임의 논리'에 집중한 결과다.
실내는 최신 세대의 페라리 스페셜 버전에 적용된 철학을 그대로 따른다. 296 GTB에 비해 인테리어의 구성 요소를 줄여 간결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한편, 탄소섬유 및 알칸타라, 알루미늄 소재를 폭넓게 사용해 무게를 감량했다.
시트도 풀 카본 버킷 시트에 오렌지 빛 알칸타라가 굉장히 포근하면서도 뛰어난 착좌감을 만들어낸다. 4점식 안전벨트도 마치 레이스카에 앉아있는 듯한 묘한 느낌을 준다. 도어 패널도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탄소섬유 단일 구조물로 만들어졌다.
센터 터널도 전체가 탄소섬유로 제작됐고, 여기에는 1개의 컵홀더와 스마트폰 무선충전 장치, 과거 페라리 모델의 상징적인 요소를 재해석한 시프트 게이트가 위치한다.
이외에 디지털 계기판과 조수석 디스플레이는 296 GTB와 동일하다. 전체적으로 296 스페치알레는 한층 더 절제된 디자인을 통해 레이싱에 초점을 맞춘 실내를 완성했다.
내외장 디자인을 살펴보고 본격 시승을 위해 296 스페치알레에 탑승했다. 시승은 공도 및 서킷으로 구성됐으며, 먼저 공도 시승을 시작했다. 공도 시승코스는 피오라노(Fiorano)에서 출발해 비뇰라(Vignola), 파나노(Fanano), 세스토라(Sestola), 아쿠아리아(Acquaria)를 거쳐 다시 마라넬로(Maranello) 피오라노로 돌아오는 총 128km의 루프다.
296 스페치알레에는 3.0리터 V6 트윈터보 엔진과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그리고 전기모터가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탑재돼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 880마력, 최대토크 77kgf.m의 강력한 파워를 낸다. 이는 296 GTB 대비 50마력 증가한 것으로, 모든 동력은 오직 후륜으로만 전달된다.
특히, 전기 모터 자체만으로도 이전보다 13마력 증가한 180마력을 내며, 운전석 뒤쪽에 장착된 7.45kWh 배터리 팩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순수 전기 주행거리는 최대 25km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경량화다. 296 스페치알레는 차량 전체 중량이 60kg이나 줄어 건조 중량이 1,410kg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톤당 614마력이라는 경이로운 출력 대 중량비를 선사한다.
과거 부가티 베이론의 출력 대 중량비가 톤당 523마력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96 스페치알레의 수치가 얼마나 특별한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오직 후륜구동이라니 기대감과 긴장이 한 번에 몰려왔다.
운전석에 앉으면 낮은 차체와 탁 트인 시야가 인상적이다. 스티어링 휠 하단에 위치한 시동 버튼을 터치하면 조용히 주행할 준비가 완료됐음을 알린다. 지난 2023~2025 시즌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에서 3년 연속으로 우승한 페라리 '499P'와 '포뮬러 원(F1)'의 DNA를 간직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하드코어한 296 스페치알레 조차도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조용하게 움직인다. 성난 엔진은 온데간데 없고 전기모터만으로 조용하고 매끄러운 주행으로 마라넬로를 유유자적 빠져나간다. 일정 속도 영역까지는 여느 전기차와 다르지 않은 감각이다. 참고로 296 스페치알레는 하이브리드 모드와 e드라이브, 퍼포먼스(Performance), 퀄리파이(Qualify) 4가지 모드가 있다.
비뇰라 시내의 좁은 도로에서도 스티어링은 굉장히 부드러우면서도 직관적이고, 시야 확보도 좋다. 승차감도 인상적이었는데, 노면 충격을 시트에서도 상당 부분 걸러줘 시내에서도 쾌적한 드라이빙이 가능했다. 일상에서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탈 수 있을 정도로 편했다.
비뇰라를 벗어나면 도로는 점점 고도를 높이며 굽이진다. 아스팔트는 좁고, 커브마다 돌출된 암석도 보인다. 도심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만큼 모드를 '퍼포먼스'로 바꾸자 강력한 엔진이 잠에서 깨어나며 감각이 즉시 바뀐다. 전기모터의 도움으로 저속 코너에서도 가속 반응이 굉장히 빠르다.
차체는 노면의 굴곡을 읽듯 정교하게 움직이고, V6 사운드는 산벽을 타고 울린다. 스로틀을 열고 가속을 이어갈 때마다 귀를 간지르는 하이톤 사운드는 깊고 풍부하며, 더욱 다듬어진 '피콜로 V12' 특색을 드러낸다. 코너마다 짧은 제동, 빠른 가속, 정확한 방향 전환까지 296 스페치알레는 마치 드라이버의 손짓을 예측하듯 반응한다.
이어 파나노와 세스토라 구간은 '아펜니노 산맥'의 대표 와인딩 코스로 급경사와 굽이진 연속 코너가 이어졌다. 맛보기로 '퀄리파이' 모드로 전환하자 모터와 엔진의 출력이 모두 최대치로 폭발한다. 차체는 공기와 하나가 된 듯, 노면을 꽉 움켜쥐며 밀착하는 느낌을 준다.
296 스페치알레에 적용된 최신 ABS 에보 시스템은 6D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어떤 노면과 접지 조건에서도 제동력을 최적으로 배분한다. 차고도 296 GTB 대비 5mm 낮아져 코너링 시 최대 롤 각도가 13%나 줄었다. 특히, 타이어는 미쉐린과 공동 개발한 전용 파일럿 컵2가 끼워졌는데, 사이드월이 한층 단단해 반응이 뛰어났다.
잠깐 느껴본 퀄리파이 모드는 손에 땀을 쥐게하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고, 이내 고출력 후륜 슈퍼카인 만큼 더 이상 심취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곧 하이브리드 모드로 바꿨다.
세스토라의 산악 구간을 지나 아쿠아리아에 진입하면 도로는 완만해지고 시야가 넓어진다. 편안하게 속도를 즐길 수 있었던 곳으로 여기서 스페치알레는 마치 고요한 맹수와도 같았다. 전기모터가 동력을 보조하면서도 배터리 회생 제동이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마지막 구간은 아쿠아리아에서 다시 마라넬로 도심으로 향하는 하강로로 속도보다는 차량의 감각과 리듬을 느끼며 피오라노 입구가 가까워지기까지 숨고르듯 움직였다.
공도 주행을 무사히 마치고, 마지막 시승 피날레 장소인 '피오라노 서킷' 주행을 이어갔다.
피오라노는 지난 1972년 설립된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인증한 1등급 서킷으로, 단순한 테스트 트랙이 아니다. 이곳은 포뮬러원(F1) 레이싱팀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 F1카는 물론, 페라리의 모든 신차들이 개발 및 테스트가 이뤄지는 검증의 무대다.
길이는 3.21km로 다양한 코너와 시케인이 있는데, 아무래도 처음 경험하는 서킷이고 예전부터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얘기를 접해서 살짝 긴장됐다. 하지만 296 스페치알레는 자신의 DNA를 보란 듯이 증명했다.
첫 주행은 인스트럭터를 따라 코스를 익히는 가이드랩을 돌았고, 이후 본격 주행을 시작했다.
피트 레인을 벗어나 메인 스트레이트에 진입, 가속 페달을 밟자 잠들어있던 V6 엔진이 깨어나며 하이톤 사운드를 강렬하게 포효한다.
패들시프트 조작과 동시에 전기모터가 초반을 밀어주며 폭발적으로 가속하는데, 계기판 속 속도는 순식간에 200km/h까지 도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섀시와 완벽한 다운포스 밸런스로 차체는 조금의 불안한 미동조차 없다.
이어 곧장 1번 코너가 나오는데 시속 210km/h 부근에서 풀 브레이킹하면, 카본세라믹 디스크가 차체를 곧장 노면에 꽂는다. 브레이크 감도는 굉장히 즉각적인데 그렇다고 과하지 않다.
코너를 빠져나갈 때도 프론트가 굉장히 가볍고 타이어는 노면을 꽉 움켜쥐며 돌아나간다. 여기서 리어도 굉장히 매끄럽게 따라오고, 제동 시 전기모터가 회생제동을 돕지만, 개입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어서 펼쳐지는 2번, 3번이 위치한 연속 코너에서는 차체의 좌우 이동이 반복되는 만큼, 차량 섀시의 반응과 밸런스를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다. 여기서 296 스페치알레는 춤을 추듯 움직인다. 미세한 스티어링 조작에도 직관적인 반응을 보이며, 노면의 마찰력 한계 안에서 완벽한 리듬을 만든다.
또 슬립 앵글이 살짝 커질 때면 SSC(사이드 슬립 컨트롤)이 즉각 개입하는데, 운전자는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과정이 정말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4번 코너를 돌아 약간의 오르막 코스에 진입하면 곧장 5번 코너에 대응하기 위해 브레이킹과 라인에 신경 써야한다. 여기서도 타이어 그립과 무게중심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어서 가속을 전개하다 왼쪽으로 180도 꺾이는 가파른 6번 헤어핀이 나타나는데, 여기서도 미리 패들시프트 조작과 충분한 제동이 이뤄져야 깔끔한 탈출 라인을 그리며 빠져나갈 수 있다. 아무래도 고출력 후륜 모델이기 때문에 충분히 스티어링 휠을 제자리로 돌린 후, 가속을 전개해야 리어가 미끄러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7번에서 8번으로 이어지는 구간도 인상적인데, 고속에서 좌우 연속으로 이동하는 동안 온도가 최상으로 오른 미쉐린 파일럿 컵2 타이어를 통해 노면의 미세한 경사와 흐름이 느껴진다. 동시에 공기를 가로 지르며 순식간에 8번 코너를 향해 질주한다.
8번 코너 역시 진입 전 충분한 감속 타이밍을 잘 맞춰야 직선로로 연결되는 깔끔한 라인을 그려나갈 수 있다. 브레이크 감속 중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개입은 느껴지지 않고,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한다.
마지막으로 풀스로틀을 통해 직선로에 진입하면, 순간 RPM은 8,000을 넘기고 하이톤의 V6 엔진 사운드가 아드레날린을 증폭시킨다. 사운드만 놓고 보면 과거 458 스페치알레의 V8 사운드보다도 더 날카롭게 느껴진다.
특히, 296 스페치알레는 e마네티노를 퀄리파이(Qualify) 모드로 설정하면, 전기 시스템은 신형 엑스트라 부스트 모드를 통해 6,000~8,500rpm 구간에서 최대 180마력의 출력과 315Nm의 토크를 발휘한다. 이는 296 GTB 대비 13마력 향상된 수치다.
또 296 챌린지에서 개발되고 테스트된 혁신적인 공기역학 솔루션을 적용해 시속 250km/h에서 435kg의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이 역시도 296 GTB 대비 20% 증가한 수치다.
역동적인 서킷 주행을 마치고, 비상등과 함께 냉각을 위해 서행하면서 피오라노 서킷을 다시금 온몸으로 느끼며 피트로 복귀했다. 분명 공도에서 시승할 때와 같은 녀석인가 싶을 만큼 강력한 퍼포먼스가 짙은 여운을 남긴다.
도로에서는 예술가처럼 섬세하면서도, 트랙에서는 리밋을 해제한 야수 같은 반전 매력을 뽐낸다.
페라리 296 스페치알레는 단순히 GTB의 업그레이드 모델이 아닌, '하이브리드'라는 단어를 '감성'으로 정의한 결과물이다. 마치 전기와 내연, 기술과 감성의 경계가 사라지는 듯한 굉장히 인상 깊은 시승이었다. 페라리를 사랑하는 '티포시(Tifosi)'인 것이 더욱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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