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N] 고전 ‘맥베스’, 2025년 정치 실험으로 부활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컬처N] 고전 ‘맥베스’, 2025년 정치 실험으로 부활

뉴스컬처 2025-11-05 13:47:39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당신이 최고 권력자가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연희예술극장의 어둠 속, 관객이 입장하는 순간부터 던져지는 질문은 연극의 서막이 된다. 이은진 연출의 '맥베스리포트2025'는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정치적 풍자와 원시적 본능의 언어로 직조하며, 우리 사회의 가장 근원적인 질문으로 관객을 이끈다.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2025년 시점에서 다시 읽는다. 이은진 연출과 심재욱 공동연출은 고전의 서사를 해체하고, 그 잔해 위에 현대 정치의 얼굴을 새겨 넣는다. 무대 위의 배우들은 인간과 침팬지의 경계를 오가며, 문명이라는 껍질 아래 숨은 야성의 언어를 드러낸다. 침팬지 집단의 위계, 몸짓, 동맹의 패턴 속에서 정치의 원형을 찾아내는 방식은 섬세하면서도 날카롭다.

연극 '맥베스 리포트 2025' 포스터. 사진=극단 바바서커스
연극 '맥베스 리포트 2025' 포스터. 사진=극단 바바서커스

연극은 “권력은 어디서 시작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관객은 점차 깨닫게 된다. 사회적 제도와 문명으로 포장된 권력 구조가 사실은 본능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마치 정치 뉴스의 풍경과 교차하며,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이 얼마나 본능적이고 감각적인지 폭로한다.

작품은 고전의 언어를 통해 현대 정치의 모순과 위선을 해부한다. 전쟁터의 구호, 락 콘서트 같은 연설, 미디어의 생중계가 교차하는 무대는 곧 현실 정치의 풍경으로 치환된다. 극 중 인물들이 외치는 선동의 언어는 지금 이 시대 정치인의 목소리처럼 들리고, 그들의 허세와 광기는 SNS의 대중 선동과 맞닿는다. 공연장은 정치가 ‘뉴스’가 아닌 ‘퍼포먼스’로 소비되는 시대의 축소판이 된다.

관객은 웃음과 불편함 사이를 오가며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권력의 연극 속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정치의 초상이 녹아 있다. 권력자의 추락, 추종자의 변심, 대중의 무관심은 모두 익숙한 풍경이다. 웃음이 터지는 순간조차 그것이 현실의 풍자임을 깨닫는 순간, 관객의 표정은 멈칫한다. 그 웃음은 결국 자신을 향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대 위 배우들은 인간의 이성과 본능을 교차시키며 치밀한 리듬으로 감정을 쌓아 올린다. 최주현, 김보나, 김어진, 임휘진 등 배우들은 각각의 신체 언어와 호흡으로 ‘권력의 진화’를 체현한다. 침팬지의 몸짓이 인간의 제스처로 변하고, 다시 권력자의 연설로 이어지는 과정은 마치 진화의 역사를 압축한 듯한 강렬함을 지닌다.

음악과 조명 또한 극의 리듬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다. 박지만의 음악은 원초적인 리듬에서 시작해 정치 선동의 비트를 연상시키며, 탁형선의 조명은 전쟁터에서 기자회견장으로 이어지는 시공간의 전환을 시각적으로 완성한다. Shine-Od의 무대 디자인은 현실과 실험의 경계 위에서 인간 사회의 피라미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연극 '맥베스리포트2025'는 비유나 풍자를 넘어선다. 그것은 현대사회의 정치 풍경을 해부하는 살아 있는 리포트다. 무대 위 권력의 욕망은 뉴스 헤드라인과, SNS에서의 여론전, 그리고 대중의 피로감 속 현실 정치의 단면으로 직결된다. 작품은 ‘누가 권력을 쥐는가’가 아니라, ‘왜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욕망하는가’를 묻는다.

고전을 통해 현대를 비추는 이 실험극은, 웃음 끝에 남는 불편한 자화상으로 2025년의 우리 사회를 향한 거울이 된다.

“권력의 리포트는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 우리의 뉴스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