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 업계는 신소재를 발굴하기 위한 싸움에 한창이다. 자국의 역사를 근간으로 게임을 개발하는가 하면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임들이 세계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중국의 ‘검은 신화: 오공’이나 프랑스의 ‘클레르 옵스큐르’와 같은 게임들은 이제 세계를 지배한다. 그 어떤 게임도 표현하지 못한 독특한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이들 게임의 장점이다.
그렇다면 한국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문화와 역사, 관습 등을 게임으로 표현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앞서 ‘산나비’가 인기를 끈 데 이어 오는 2026년부터 ‘우치’, ‘TAL’ 등 대작 게임들이 대거 론칭한다는 후문이다.
이 분야를 이야기하려면 한 개발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충무공전’, ‘임진록’, ‘천년의 신화’, ‘거상’, ‘군주’ 등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다수 작품을 론칭해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김태곤 PD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적 소재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 RPG의 감성을 더해 게임을 선보이는 개발자다. 그런 그가 신생 개발사 레드징코 게임즈 소속으로 신작 게임을 개발 중이다. 바로 레드징코 게임즈가 개발 중인 ‘프로젝트 임진’이다. 지난 10월 30일부터 5일간 진행된 알파테스트에 참가해 게임을 테스트해 봤다.
‘임진왜란’ 포화 속으로
이순신 장군 옆에 든든한 장수 한 명이 더 있었다면 역사는 바뀌었을까. ‘프로젝트 임진’에서 유저는 한 명의 장수로 시작해 이순신 장군의 객장으로서 조선을 활보하게 된다. 한산, 명량, 칠전량, 노량 등 수많은 격전지에서 배를 운용해 전투에 임하는 동시에, 파견 형태로 진주대첩, 행주대첩 등 역사적인 전투에 발을 디디며 한 명의 객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만나는 인물들 또한 역사적인 인물들이다. 이순신 장군을 필두로 권율, 곽재우와 같은 유명 장군들뿐만 아니라 일본과 명나라 장수, 문신들까지 40여 명이 넘는 장수가 게임에 등장한다. 이들과 때로는 같은 편으로, 때로는 적으로 대립하면서 게임을 전개해 나간다.
게임은 역사적 사실을 고증해 게임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진행됐다. 전투에 참전하는 인물들이나 장소, 복식 등은 고증을 따르지만, 게임으로서 재미를 추구하는 내용들이 주가 된다. 이로 인해 현실의 역사와는 다른 결과들이 나올 수 있는 점이 게임의 재미다. 개발진들이 재해석하는 게임을 쫓아가는 점도 흥미 포인트 중 하나다. 알파테스트 버전에서는 노량 해전을 끝으로 엔딩이 나오며 시나리오가 종료되는 형태였다. 과연 이순신 장군은 왜군을 막아 내고 일본 열도로 배를 돌릴 수 있을지는 게임 출시 이후의 재미로 남겨 두도록 하자.
‘조선시대’ 배경의 맛
게임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 명나라 등이 함께 얽혀 들어가는 시대가 게임 전반에 녹아 드러난다. 조선 8도뿐만 아니라 일본의 주요 지역들이 게임에 들어가면서 ‘성’으로 표현된다. 각 지역에는 NPC들이 존재해 퀘스트를 진행하거나 관련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때 퀘스트에서 만나는 NPC들은 각 지역 언어를 활용한다. 진주성에서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NPC가 능글맞게 이야기를 전하며, 부산 인근에서는 아낙네가 등장해 귀여운 경상도 사투리로 말을 건네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 성우를 직접 섭외하고, 명나라 장수들은 학자의 자문을 받아 더빙을 진행했다고 개발팀은 밝힌다.
이들과 함께 진행하는 퀘스트뿐만 아니라 생활형 콘텐츠도 있다. 맵 주변에 논과 밭, 낚시터, 광산 등이 등장하면서 이를 채집하는 형태로 자원을 수급한다. 이를 활용해 장수를 육성하고 함대를 꾸려 나가면서 점진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동시에 과거 ‘거상’이 그러했듯 각 자원을 ‘거래’하면서 부를 축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채집터의 ‘주식’을 획득하는 시스템이나 둔전을 육성하는 시스템 또한 게임 내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전략형 전투’의 세계
전투 시스템은 전략형 시뮬레이션에 가깝다. 게임 내 각 캐릭터들은 자동으로 이동하며 스킬을 쓰고, 팀을 빌딩하고 조합을 짜서 상대와 교전하면 된다. 각 캐릭터는 가까운 적을 공격하도록 돼 있어 단순하게 움직인다.
개별 콘트롤을 통해 점사를 진행하거나, 치고 빠지기와 같은 전술도 사용할 수 있다. 일례로 ‘스타크래프트’에서 질럿을 콘트롤하듯 점사를 당하는 캐릭터를 뒤로 잠깐 뺐다가 다시 붙이는 방법 등이 통용된다. 또 원거리 유닛으로 상대 화력이 강한 유닛을 점사하거나, 탱커를 적진 한가운데 진입시킨 뒤 광역 포격을 하는 것과 같은 전술도 통용된다.
게임에는 해전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해전에서는 장수 대신 배를 육성하는 식이다. 거북선, 판옥선과 같은 함선을 육성해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왜군과 대전하는 시스템 또한 공존한다.
해전은 유저가 직접 스킬을 사용하는 식이었는데, 거북선으로 충파(돌진)를 해 적진 사이로 뛰어든 뒤 광역 포화로 주변을 덮고, 이후에 판옥선이 광역 공격을 하는 형태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
전투 시스템은 과거 김태곤 PD가 개발한 ‘아틀란티카’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의 플레이를 결합한 형태에 가까운 분위기다. 장시간 동안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해 온 개발자답게 시스템은 단단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아직 밸런싱이나 레벨 디자인 등은 초반 단계로, 유저 데이터를 쌓아 밸런스를 잡아 나가고자 하는 단계로 보였다.
‘천하통일’을 향한 발걸음
게임은 역시 ‘사회’를 닮았다. 혼자 힘으로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기는 쉽지 않으며, 함께 부족한 부분을 교류하면서 보완해 나가는 것이 이 게임의 재미 요소다.
캐릭터를 육성하면서 더 나은 효율을 찾고, 적을 사냥하면서 경험치를 얻고, 강화와 함께 성장하는 재미다. 여기에 유저들과 교류를 통해 연맹을 결성하고 함께 성장한다. 공성전을 통해 이득을 취한다.
게임에는 한양, 부산, 전주, 개성, 평양 등과 같은 성들이 수십 개 존재해 해당 성지를 공략해 아군 연맹 소유로 가질 수 있다. 점령에 성공하면 연맹의 랭킹이 오르고, 개인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받는 형태다.
이와 함께 신수를 소환해 공략한다거나, 연맹 간 대전 등이 게임 내 시스템으로 삽입돼 있다. 취한 이득을 기반으로 다시 성장하면서 천하를 통일할 때까지 게임은 계속된다.
개발진은 조선 8도뿐만 아니라 일본 열도, 명나라 등까지도 모두 맵에서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나리오에 따라 방대한 지역이 열릴 수 있어 이를 둘러싼 여러 구도가 색다른 재미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추억’과 ‘미래’가 공존하는 게임
최근 게임계는 색다른 ‘소재’를 발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조선 시대’ 또한 매력적인 소재다. 단지 사람은 저마다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되기 마련이다. 오픈월드의 조선시대를 탐험하고, 때로는 부잣집 자재로, 때로는 추노꾼으로, 때로는 도적떼로 변신해 노략질을 할 수 있는 게임을 상상할 법하다.
‘프로젝트 임진’은 그중 하나의 편린으로, 이순신 장군 옆에 한 장수를 배치하고 그의 삶을 게임으로 담는다. 게임의 문법은 정통 MMORPG이며, 고전 게임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성장형 시뮬레이션 게임에 가깝다. 다년간 이 장르를 개발해 온 개발진답게 게임의 완성도는 분명하다. 오랫동안 고객들의 취향을 알아온 개발자들의 포석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느리지만 분명히 발전이 있다.
과거 ‘거상’과 같은 게임을 즐겨본 이들이라면 ‘프로젝트 임진’ 역시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 게임은 세계적인 트리플A급 게임과는 거리가 있다. 소규모 스튜디오의 개발 작품으로, 엔딩 스크롤에 이름을 올린 개발자 역시 소수다. 단지 이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게임의 시작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프로젝트 임진’은 언젠가는 게이머들이 바라는 그 게임을 완성해 낼 수 있는 토대가 될 만한 작품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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