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ABC뉴스/앤드류 멜빌-스미스 제공
호주에서 정체불명의 물체가 달리는 차 앞 유리에 날아들어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유리는 단순하게 깨진 모습이 아니라 뜨거운 열에 녹은 형태였다.
운전자는 ‘운석 충돌’을 의심했고, 남호주(SA) 박물관이 정체를 조사하고 있다. 만약 운석으로 판명 나면 세계 최초로 ‘운행 중인 차량에 운석이 충돌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호주 ABC방송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달 19일 밤 9시경 호주 애들레이드의 오거스타 하이웨이에서 일어났다. 수의사인 앤드류 멜빌 스미스는 당시 자율주행 모드로 자신의 테슬라 차량을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이때 별안간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차가 크게 흔들렸다.
● 충돌 후 차안에 연기 가득 “타는 냄새”
스미스는 “유리 파편이 차 안으로 튀면서 하얀 연기가 가득 찼고, 타는 냄새가 났다. 내 아내는 차에 불이 난 줄 알았다”고 떠올렸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스미스는 물체가 유리에 부딪히는 장면을 직접 보지도 못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자신이 파편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자율주행으로 가던 차는 충돌 후에도 자동으로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차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계속 달렸다. 나는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물체가 유리를 뚫고 들어온 게 아니어서 차에는 충돌의 흔적만 남았을 뿐 충돌체의 잔해는 없었다.
처음엔 총알이나 트럭에서 튄 돌에 맞은 것으로 의심했지만, 현장을 조사한 경찰은 유리가 녹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운석일 가능성을 의심했다. 스미스는 남호주 박물관에 조사를 의뢰했다.
호주 ABC뉴스/앤드류 멜빌-스미스 제공
● 박물관 “세계 최초 사례 될 수도”… 정밀 분석 착수
남호주 박물관 광물학 전문가 키어런 미니 박사는 “무언가 유리에 부딪칠 때 상당한 열이 발생한 흔적”이라며 “만약 이 물체가 운석으로 판명된다면, 운행 중 차량에 운석이 충돌한 세계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리는 차에 운석이 부딪힐 확률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낮다”면서도 “유리가 녹은 것은 지상의 다른 원인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조사를 더 진행하다 보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운석일 가능성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유리 안에 박혀 있는 미세 잔해를 분석해 화학 성분과 운석 여부를 규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또한 해당 물체가 우주 쓰레기나 낡은 인공위성의 일부일 가능성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운석으로 판명된다면, 사고 지점을 직접 찾아가 파편을 수거할 계획이다.
● 회의적 시각도…”운석이면 밝은 섬광 봤어야”
운석 가능성에 회의적인 의견도 나온다. 남퀸즐랜드대 천체물리학 전문가 존티 호너 교수는 “운석 낙하라면 분명히 밝은 섬광(fireball)을 목격 했어야 한다”며 “운석이 자동차를 치기 2~4분 전, 해당 지역 하늘에는 최소한 보름달만큼 밝은 불덩이가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시간대에 섬광을 봤다는 증언은 없었다.
호너 교수는 또 “할리우드 영화처럼 운석이 뜨겁게 타오르는 건 사실이 아니다. 대부분의 운석은 냉각된 상태로 지표면에 도착한다”며 “이 물질들은 우주 공간의 극저온 상태에 수십억 년간 있었고, 대기권을 통과하며 잠시 가열될 뿐이어서 바깥층만 얇게 따뜻하고 내부는 차갑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행기에서 떨어진 금속 조각일 수도 있다. 운석일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지만, 다른 원인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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