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이 일제히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청약 시장이 사실상 ‘현금 부자 전용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청약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1월 들어 서울과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청약 일정을 시작하는 단지는 총 5곳이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트리니원’. 11일부터 1순위 청약을 받는 이 단지는 이른바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입지와 브랜드, 희소성 면에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가 전용 59㎡ 기준 20억 원 안팎, 84㎡는 27억 원에 달해 실수요자들이 접근하기엔 너무 높은 벽이다. LTV가 40%로 제한되고 잔금대출 한도도 최대 2억 원까지 낮아지면서, 당첨되더라도 최소 16억~20억 원의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청약, 이제는 '로또 기회' 아닌 '자산 전쟁'
광명시에서 분양 예정인 ‘힐스테이트 광명 11(가칭)’ 역시 규제지역 지정으로 자금 부담이 크게 늘었다. 총 4291 가구 규모 중 652 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인데, 예상 분양가가 평당 4500만 원 수준이다.
전용 59㎡ 기준 12억 원, 74㎡는 14억 원으로 추정돼, 최소 4억 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대출로 충당할 수 있었던 금액이었지만, 규제지역 편입으로 부담이 세 배 가까이 늘었다는 지적이다.
한편 성남의 ‘더샵 분당 티에르원’은 규제 영향을 간신히 피했지만, 분양가는 19억~26억 원대에 달한다. 규제를 피했다 하더라도 ‘현금 청약’의 흐름은 여전하다는 뜻이다.
규제지역 청약 문턱은 제도적으로도 높아졌다. 청약통장 가입 2년 이상, 무주택 세대주만 1순위 자격이 주어지며, 세대원이 따로 청약할 수 없다. 가점제 비율은 70%까지 확대돼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가점이 낮은 수요층은 사실상 당첨이 어렵다.
생애최초 특별공급도 무주택 세대주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제로 청약 기회를 얻는 사람은 대부분 고자산자 혹은 부모의 지원을 받는 이들로 좁혀지고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청약 규제가 강화될수록 실수요자들은 외곽으로 밀려나고, 자금 여력이 있는 투자층이 중심부를 차지하게 된다”며 “이제 청약은 단순한 내 집 마련이 아니라 ‘자산 전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김포, 파주 등 비규제 지역으로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말 청약을 진행한 김포 ‘풍무역세권 호반써밋’은 1순위 평균 경쟁률 7.9대 1을 기록하며 완판 됐다. 업계에선 “비규제 지역이 마지막 청약 피난처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결국 규제지역의 청약장은 이제 20억 원짜리 현금이 있어야 청약 접수라도 해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등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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