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실용외교’의 첫 성과를 냈다는 평가 속에서도 관세협상 후속 문안 조율, 핵추진잠수함 사업의 절차적 리스크, 한한령 해제와 과거사 문제 등은 향후 외교력을 시험할 변수로 꼽힌다.
2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APEC ‘경주선언’은 회원국이 합의한 공동문서로서 무역·투자, 디지털·혁신, 포용성장 등 핵심 의제를 담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관련 문구가 빠지면서 다자무역체제 약화라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최대 관심사는 관세협상 타결에 따라 도출될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문)’의 문안 조정이다. 관세율 인하와 투자 구조 조정이 합의됐지만, 세부 표현 하나에 따라 기업의 투자 의무나 보복 관세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어 막판 문구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
핵추진잠수함 승인도 절차상 난관이 적지 않다. 핵연료 확보를 위해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나 별도 협정 체결이 불가피한데, 이는 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건조 장소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지목하면서 ‘한국 기술력 배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한중 관계는 70조원 규모 통화스와프와 6개 분야 협력 MOU 체결로 복원 신호를 보냈지만, 실질적 진전은 아직 제한적이다. 한한령 해제, 서해 구조물 문제, 한화오션 제재 등 현안은 논의만 있었을 뿐 구체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일 관계 역시 셔틀외교 복원 합의로 분위기는 개선됐으나, 과거사 문제와 대중(對中) 견제 공조 등 민감한 현안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이재명 정부 실용외교의 ‘성과 이후 관리 단계’를 예고한다”며 “성과를 굳히기 위한 실무 외교와 후속 협상, 그리고 보호무역과 지정학 갈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 감각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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