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싱가포르 정부와 손잡고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할 글로벌 첨단 기술 협력을 본격화한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APEC 정상회의' 주간 경주엑스포대공원 내 'K-테크 쇼케이스' 행사장에서 싱가포르 내무부 산하 과학기술청(Home Team Science and Technology Agency : 이하 HTX)과 '모빌리티 협력을 바탕으로 한 혁신 기술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HTX과 체결한 이번 협약의 핵심은 단순한 차량 공급이 아닌 '공공 부문 플릿(Fleet) 운영 시스템의 효율화 실증'이다.
이는 민간 모빌리티 혁신이 아닌, 정부 운영 차량 시스템의 표준화 및 전동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싱가포르 내무부는 경찰, 소방, 구급, 세관 등 다양한 기관이 개별 차량을 수입·개조해 운용하는 방식이었다. 이로 인해 차량 플랫폼의 비표준화·비효율성이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PBV(Purpose Built Vehicle, 다목적 모듈형 전동화 플랫폼) 기반 솔루션은 이러한 문제를 플랫폼 통합과 유연한 모듈 설계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즉 '플릿 효율화'는 단순한 기술 협력이 아니라 국가 공공 모빌리티 체계의 혁신 실험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가 있다.
HMGICS는 이미 소형 전동화 생산라인, 로보틱스 테스트베드, AI 기반 맞춤형 생산시스템 등을 구축해왔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역할이 '연구-실증-정책 연계 플랫폼'으로 확장된다.
즉 HMGICS는 이제 단순한 R&D 거점이 아니라 '정책 적용이 가능한 기술 실증 현장'으로 진화하게 된다.
싱가포르 정부의 실증 사업은 공공기관 차량 운영 시스템을 실제로 바꾸는 정책 기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기술이 현지 행정 시스템에 직접 투입되는 셈이다.
이는 향후 다른 국가의 정부 플릿(경찰·소방·지자체 차량 등) 시장으로 진출하는 '레퍼런스 모델'을 확보하는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MOU의 문구 속에는 향후 협력의 확장 가능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현대차그룹과 HTX는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로보틱스 ▲수소 모빌리티 ▲AI 기반 스마트 제어 ▲보안·센서 시스템 등 '차량을 넘어선 기술 협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HTX는 국방·경찰·보안 등 싱가포르 공공 안전 기술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자율주행·센서 융합·원격제어 기술의 상용화에 강점을 지닌다.
따라서 현대차의 로보틱스, 모듈형 EV,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등은 HTX의 보안·안전 기술과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순한 자동차 협력에서 '스마트 시티 통합 시스템'으로의 발전을 예고한다.
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를 '인간 중심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로 규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정부가 기술 실증에 개방적이고, 정책 결정 구조가 속도감 있게 움직이며, NTU·A*STAR·HTX 등 세계적 수준의 공공 연구기관과 연계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NTU, ASTAR와 함께 'HMGICS-NTU-ASTAR Corporate Lab'을 설립하며 연구·산학 협력을 체계화했다.
여기에 HTX와의 협력이 더해지면, 싱가포르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기술 실증 삼각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 모델은 향후 '서울-싱가포르-실리콘밸리'로 이어지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 벨트(Global Mobility Innovation Belt)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이번 협약은 현대차그룹이 단순히 전기차(EV)·PBV 제조 기업이 아니라 "모빌리티 시스템 통합 기업(System Integrator)"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HTX와의 협력은 정부·공공기관 대상의 기술 신뢰성을 확보하는 계기이자, 향후 자율주행 기반 공공 서비스(로보택시, 구급, 물류 등)로 확대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다.
또한 2028년까지 진행되는 실증 사업은 장기 협력 구조로서, 기술 실증과 상용화가 연계되는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 모델로 볼 수 있다.
즉 현대차그룹의 해외 R&D 투자가 단기 실험이 아닌 국가 시스템 변혁에 참여하는 형태로 진화한 셈이다.
현대차그룹과 싱가포르 HTX의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가 아니라 정책·산업·기술을 연결하는 공공혁신형 모빌리티 모델이다.
HMGICS의 존재 이유가 '미래 기술의 생산기지'에서 '국가 시스템 혁신의 테스트베드'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협약의 본질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대차그룹이 보여주고자 하는 '모빌리티 생태계의 총괄 설계자(Mobility Architect)'로서의 위상 강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향후 이 모델이 싱가포르를 넘어 중동, 유럽, 북미의 공공 모빌리티 정책과 연결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번 협약은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혁신의 실험 무대를 '시장'이 아닌 '정부 시스템'으로 확장한 사례다.
이는 기술 중심 기업에서 정책 파트너로 진화한 현대차의 글로벌 위상 변화를 상징하며, 향후 모빌리티 산업이 '차량 판매'가 아닌 '모빌리티 생태계 설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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