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구 세무법인 정율 대표 세무사 ]이재명 정부가 10월 15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은 발표 직후부터 시장의 공기를 바꿨다.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을 광범위한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대출한도를 주택가격 구간별로 차등(주택가격 15억원 미만 대출한도 6억원, 15억 초과 ~ 25억 미만 4억, 25억 초과 2억)해 수요를 정면으로 조였다.
언론은 이번 조치를 “올해 들어 세 번째이자 가장 강력한 대책”으로 규정했다. 여당은 후속 TF를 띄우며 정책 정합성을 보완하겠다고 나섰다.
돌이켜보면 규제의 출발 시점과 속도가 과거보다 빨랐다. 이재명 정부는 6월 4일 취임 직후, 6월 27일 수도권 규제지역 전역에 ‘주택담보대출 총액 상한 6억 원’이라는 이례적으로 단순·강력한 룰을 먼저 설정했다.
곧이어 9월 7일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용산구의 경우 LTV 40%로 레버리지 자체를 제한했다. 그리고 10월 15일에는 지역·가격·DSR을 겹겹이 얹으며 수요 억제의 고삐를 더욱 죄었다. 시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한 템포 빠르고 세다”라고 반응한 이유다.
◇ 부동산 정책 설계의 정석 ‘금융·세제·공급의 균형과 타이밍’
부동산 정책은 크게 금융, 세제, 공급의 3가지 축에서 이뤄지게 되는데, 이재명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정책들은 주로 금융 규제책이다. 부동산 가격 역시 시장 경제에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부동산 수요가 감소하고, 공급이 증가할 때 가격이 하락하는데, 이번 금융 규제책은 수요를 억제시키는 정책이다.
그렇다면 공급 관점의 정책은 어떨까? 공급 관련해서는 크게 ‘① 임대차, ② 택지 개발, ③ 재개발·재건축’의 3가지 축으로 공급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
임대차 시장의 경우 전세계약을 최대 9년간 연장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공급 증가가 아니라 오히려 공급을 감소시키는 정책이 입안되고 있다.
택지 개발의 경우 LH 보유지 활용, 공공 매입임대 활성화,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 등 공급 증가를 위한 정책이 일부 담겼으나, 아무리 빠르게 정책을 실행한다 해도 착공-준공의 시차 때문에 실제 주택 공급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결국 임기 5년의 단임제 하에서는 수요 억제책으로 즉각 효과를 보고자 하는 정책 유인이 강하게 작동할 수 밖에 없다.
2가지 축은 명확하다. 금융으로 수요는 빠르고 강하게 억제되었는데, 공급은 증가될 가능성이 적다. 이러한 비대칭이 향후 매매시장과 주거시장(전세·월세)에 시차를 두고 나타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남은 1가지 축, 세제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까? 세금을 다루기 전에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1가지만 더 언급하고자 한다. 바로 ‘통화량’이다.
◇ 급증한 통화량 ‘화폐가치 감소, 자산가격 증가 공식’
부동산 가격은 통화량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통화량(광의통화(M2))는 2022년 3722조원에서 2024년 4045조원로 323조원 증가하는 등 빠르게 불어났다.
2025년 7월 기준 4345조원로 증가폭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레버리지 규제와 별개로 시중 유동성의 절대적인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향후에도 통화량은 더욱 가파른 속도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결국 ‘화폐적 현상’이기 때문에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난다면 근본적으로 부동산 자산가치는 상승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통화량 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세제는 어떤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할까?
◇ 이재명 세제 ‘공식화된 보유세 강화, 거래세 인하’
10·15 패키지 자체에는 세법 조항이 직접 담기지 않았지만, 정부·여당은 보유세 강화의 ‘원칙’을 공식화했다.
문재인 정부도 금융 규제 → 세제 강화로 전개되며 다주택 중과·보유세율 인상을 누적시킨 바 있다. 이 연속성은 정부 교체가 있어도 ‘수요 억제의 교과서’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정책 설계의 관점에서 보유세를 강화시키는 것이 정말 좋을까?
개인의 경제활동을 시간순으로 펼치면 ‘소득 → 보유 → 이전(양도·상속·증여)’의 세 구간으로 분류할 수 있고, 각 구간마다 다른 종류의 세금이 매겨진다.
소득 구간을 먼저 살펴보면, 우리 나라는 ‘종합소득세율 최고 49.5%(지방소득세 포함)’로 소득세 부담이 매우 높다. 고소득일수록 이미 누진세로 큰 몫을 내는데, 그럼에도 보유 구간에서 다시 강한 세 부담을 요구한다면, 조세정의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상속·증여세율은 전세계적으로 비교해도 높은 편이어서 “돈을 벌 때도, 재산을 이전할 때도 세금을 많이 내는데 보유 중에도 더 내라”는 메시지가 형평·효율 양면에서 논란을 부를 수 있고, 조세저항을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정책 목표가 세수 극대화가 아니라면, 보유세 강화가 사회총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보유세 인상의 근거 중 하나가 ‘보유세 인상을 통해 세금 부담을 가중시켜 소유 주택을 매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보유세 강화 충격이 시장에서 흡수될 때까지 매매 거래를 지연시키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이미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있다.
오히려 보유세 인상은 임대인의 세금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현상을 유발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보유세 인상과 동시에 추진하는 거래세 인하의 경우에는 매도 유인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다만,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단순명료하게 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는데, 복잡한 세법 개정을 통해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면 시장 참여자들은 매도보다는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보유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세법 개정해야
집값 안정화의 측면에서 재정학과 세법의 정석은 ‘보유세 인상, 거래세 인하’가 맞다. 그러나 집값은 세금으로 잡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은 대세적으로 시중 유동성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것을 정부도 알기에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이 아닌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증시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고, 일부 성과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넘쳐나는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고, 특히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시장 참여자는 없을 것이다. 실제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2025년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2로, 2021년 10월의 125 이후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와 비교해 1년 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힌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다.
시장 참여자가 가격 상승을 예측하고 있다면, 정책의 방점은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집값 안정을 위해 세법을 어떻게 개정해야 하는가”에 맞춰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춰놓고, 반대로 집값을 잡겠다고 매주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흔들었던 모순을 기억해야 한다.
잦은 세법 개정으로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2020~2022년 세무업계에서 유행했던 단어가 ‘양포 세무사(양도소득세 포기한 세무사)’이다. 세금 전문가인 세무사마저 세금 계산을 포기할 정도이니, 정부의 세제 관련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세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어떤 정책을 설계해도 애초에 의도했던 정책 효과를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양포 세무사’같은 현상이 재연되지 않도록,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세제 개편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