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칼럼] 작품을 판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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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칼럼] 작품을 판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 있었는가

문화매거진 2025-10-31 20:02:08 신고

[유정 칼럼] 사람이 산맥으로 보일 때가 있는가에 이어 

[문화매거진=유정 작가] 구씨는 그의 의지와는 별개로 매번 내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그의 개인전을 관람하던 중 문득 저 야광 크록스가 소장 가치를 지녔다는 생각에 “저 작품의 금액은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은 게 발단이었다.

그는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말하며 말끝을 흐렸고,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확인 물음을 건넸다. “작품을 판매할 생각이 있기는 한가요?” 

대답은 “아니요.”

구씨에게 지금 전시하고 있는 것은 작업이지 판매작품이 아니었다. 현재진행형을 가진 ‘미완성’ 작업이기에 판매할 생각을 해본적도, 그럴 의지를 가져본적도 없다고 한다. 그는 덧붙여 답했다. 자신의 작업은 예측할 수 없이 변화하고 있고 훗날 지금 보고 있는 작업이 부족하다 판단된다면 자신의 선에서 없앨 것이라고.

순간 기묘한 불쾌감이 일었다. 불편함이라 표현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지껏 작업과 판매작품을 구분하여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당연히 판매하려 했다니 하는, 부끄러움에 가까운 타격이었던 것 같다.

▲ 구나혜 개인전 'Curing' 중, 크록스가 포함된 작품 / 사진: 유정 제공
▲ 구나혜 개인전 'Curing' 중, 크록스가 포함된 작품 / 사진: 유정 제공


상업 갤러리와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전시를 시작한 내게 작품 판매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처음 몇 번은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작품을 내보였지만, 곧 판매를 전제로 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그때부터였을 묘한 괴리감이 이번으로 하여금 불거진 것이다.

‘나는 왜 작업의 시작에 대해 스스로 묻지 않았을까?’
‘작품 판매와 판매자의 의미를 고민해본 적이 있었던가?’
‘예술을 시장의 관계 속에서만 이해해온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들은 구씨의 태도에서 비롯됐다. 그의 작업은 스스로를 수정하고, 때로는 사라지기도 하는 살아 있는 존재였다. 그는 ‘완성’보다 ‘지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수한 태도에서 나는 내 결함을 발견했다.

나는 오랫동안 작가란 전시를 열고, 누군가가 선택할 만큼 완성된 결과물을 내보이는 사람이라 여겨왔다. 완성은 곧 책임이며, 작가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점 더, 예술은 완결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음을 느낀다. 그것은 끊임없이 수정되고, 사라졌다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 역시 무한히 마련되어 있다.

하여 단순히 화면을 완성해 전시장에 옮기는 데서 그칠 수 없다는, 거기에 만족해서는 유정의 세계가 확장될 수 없음을 느꼈다. 작품이 세상과 맺을 다음의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유지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예술이 ‘판매’보다 ‘지속’에 가깝다는 사실을, 천천히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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