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규원 작가] 감정 탐지 UX는 예술을 더욱 개인화된 경험으로 만들었다. 동일한 작품이라도 관람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에 예술은 더 이상 ‘모두에게 동일한 의미’를 가지지 않았다. 대신 각자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버전의 예술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가능해졌지만, 동시에 예술의 본질적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들었다. ‘감정을 감지하는 예술’은 과연 감정을 ‘이해하는 예술’일까? AI는 관람자의 표정에서 슬픔을 읽어낼 수 있지만 그 슬픔의 이유나 맥락을 느낄 수는 없다. 감정을 감지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오히려 감정의 깊이와 맥락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감정 기반 인터페이스의 확산은 예술 소비의 정치적/사회적 차원까지 확장되었다. 예술 경험이 기계적 판단에 의해 ‘내 기분’에 맞춰진다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자율적으로 예술을 선택하고 있는가? 기술이 제안하는 ‘지금 당신 기분에 맞는 콘텐츠’는 우리의 감정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감정을 ‘규정’하고 ‘제안’하기도 한다. 즉, 감정 탐지는 단순히 감정을 읽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형성하는 문화적 힘으로 작동한다.
앞으로 인터페이스가 더욱 발전하면, 작품은 관람자의 감정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변화하는 ‘살아 있는 예술’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AI는 관람자의 감정 패턴을 학습하고, 그에 따라 전시 설계나 상호작용 방식을 조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전히 ‘감정을 해석하는 인간의 자리’다. 인터페이스가 감정을 감지할 수는 있어도, 감정이 던지는 의미와 질문에 답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예술이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 감정을 매개로 인간과 소통하는 경험으로 다시 정의되는 그 순간이 바로 ‘감정 기반 UX’의 궁극적 완성일지도 모른다.
화면 너머에서 우리의 감정을 읽는 기술은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감정의 수치를 넘어선 인간적인 경험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감정 탐지 UX는 예술을 ‘보는 경험’에서 ‘감정으로 소통하는 경험’으로 바꾸었지만, 진정한 감정의 이해는 여전히 인간에게 남아 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런 감정 탐지 기술이 실제 예술 작품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는 예술’로 구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예술가와 관객의 경계가 어떻게 흐려지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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