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구씨 작가] 전시를 열었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최종 작업은 나도 초면이었다. 전시장보다 작은 작업실에서 누워만 있는 작업들을 드디어 세워보았고, 어색했다. 컴퓨터 화면으로 평평한 작업의 스케치만을 보다가 ‘공간’이라는 곳에서 작품을 감각하며 다시 한번 내가 만들던 게 이거였구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스스로에게도 신비하게 다가오던 작업은 사람들과 만나 이런저런 말을 들으며 이렇게 저렇게 변한다. 그것은 평면이었다가 입체로, 더 큰 입체 작업으로의 가능성으로, 새로운 전시 공간으로, 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유연한 것으로, 조형적인 것으로 변하고 말한다. 그 많은 피드백들을 모두 잊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모두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하나하나 써 놓았다. 모든 말을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궁금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일처럼 지금은 틀리더라도 그때는 맞을 무엇인가가 있을까. 어느 날 내 노트에 쓰여있는 많은 피드백 중 한 문장이 먼 미래의 나에게 필요한 답일지도 모르니까.
고요한 전시장에 앉아 있다 보니 문득 누군가의 생각이 궁금해졌고 그것이 피드백이라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리고 자신의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 계속해서 요구하던 한 작가가 떠올랐다. 그가 원했던 피드백에 나는 종종 당황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동안 나는 그가 왜 피드백을 원하는지 전혀 몰랐던 것 같다.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기에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멈칫했고, 그 멈칫거리는 나 자신도 부끄러워서 그 순간이 싫었던 것이다. 또는 전시라는 것을 하나의 마무리로만 본 것일지도 모른다. 피드백이라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그다음을 생각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의 지금을 잘 살펴보고 그다음을 조금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해줄 수 있는 것, 그것이 피드백이라면 이제 조금 더 무엇인가를 열심히 살펴볼 준비가 된듯하다.
여러 피드백을 들으며 이 모든 사람의 생각을 반영할 수는 없지만 내 작업을 보고 어떤 단편적인, 조각적인 생각을 했다는 것 감사함을 느꼈다. 작업에 대한 다층적인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은 그것의 깊이와 무관하게 그리고 그것이 진짜로 도움이 되는 것과 무관하게 작가가 작업한 그 시간을 조금은 보상해 주는 것도 같다. 아직도 배울 게 많다.
전시를 열면 많이 이의 발걸음이 오고 갈 거라는 기대와 달리 전시장은 고요한 순간이 길었지만 나는 또 그 고요를 즐기고 말았다. 그 고요 속에서 내가 무엇이라도 배웠기를 바라며 전시는 마무리가 되었고 또 다른 고요한 연말이 시작되었다. 전시를 마치며 어두운 밤에 작품들을 싣고 작업실로 돌아왔다. 포장된 작업들과 다시 복잡해진 작업실은 전시 전과 같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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