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아파트 시장이 장기간의 침체를 딛고 오랜만에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시장에 '바닥론'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및 수도권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인해 지방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10월 30일 발표한 '2025년 10월 4주차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부산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0월 초 40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이후 다시 한 번 오름세로 이어가는 것으로 3주 전까지만 해도 보합세를 보였던 시장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셈이다.
상승세를 이끈 것은 해운대(0.13%), 수영(0.08%), 동래(0.07%) 등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었다. 남구도 전주 -0.06%에서 이번 주 +0.03%로 전환됐고, 연제구 역시 0.04% 올라 상승폭을 확대했다.
반면 강서, 사상, 사하 등 서부산권은 여전히 하락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강서구 명지동 일대의 급락세가 두드러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명지국제신도시에 위치한 '호반써밋명지국제(호반2차)'의 경우 전용 84㎡ 기준 2021년 약 8억5000만원이던 거래가가 최근 4억8000만원에 손바뀜되면서 그야말로 반토막이 났다.
인근의 '명지더웨스턴' 역시 전용 74㎡가 6억2800만원에서 3억5500만원으로 떨어지며 명지지구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명지국제신도시는 부산신항만과 김해공항, 신항 배후철도 등 육·해·공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고,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및 대단위 산업단지와도 인접해 잠재 수요가 풍부한 지역으로 평가받아 왔다.
서울 부동산 규제하자 지방으로 몰리는 자금
그러나 이처럼 교통과 입지 여건이 우수한 지역의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시장 심리가 얼마나 위축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부산의 다른 지역구도 2021년과 비교해서 예외는 아니라는 점이다. 부산 동구 범일동의 '오션브릿지' 아파트는 전용 59㎡ 기준으로 5억5000만원에서 3억800만원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부산에서 가장 부유한 해운대구에서도 하락이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힐스테이트위브' 전용 106㎡ 매물의 경우 11억9500만원이었던 거래가 최근 7억원으로 내려앉으며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부산 부동산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도는 이유는 서울과 수도권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수도권 주요 지역이 대출규제,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부산, 울산 등 지방 광역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한 금융권 부동산 자문사 관계자는 "10·15 대책 이후 수도권 투자 문의는 급감했지만, 대신 부산과 울산의 재건축 단지에 대한 상담이 부쩍 늘었다"라며 "특히 해운대와 수영 등 핵심 입지 지역을 눈여겨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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