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칼럼] 사람이 산맥으로 보일 때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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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칼럼] 사람이 산맥으로 보일 때가 있는가

문화매거진 2025-10-31 18:26:57 신고

[문화매거진=유정 작가] 여전히 나는 네 전시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아마 타인의 것을 이해하려는 내 의지의 한계 탓이겠지. 다만, 이번 전시에서 비로소 구씨가 드러났다는 것을 알겠어. 기쁘다.

축하를 건네며 생각했다. 이 친구는 산맥이 되겠구나.

▲ 구나혜 개인전 'Curing' 입구. 어떻게 또 이렇게나 그에게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냈을까 감탄하며 입장했다, 장소는 Blackcubelab / 사진: 유정 제공
▲ 구나혜 개인전 'Curing' 입구. 어떻게 또 이렇게나 그에게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냈을까 감탄하며 입장했다, 장소는 Blackcubelab / 사진: 유정 제공


산맥. 산맥을 닮은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대체로 무엇을 하는지가 가까이 또 저 멀리서 꾸준히 들려 오고, 그만의 한결같음을 전제로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음을 알리는 이들이 그렇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생각하게 된다. ‘이 사람은 산맥이 되겠구나.’

취미로 쓰고 있는 소설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맥의 모양을 따라 작은 고개가 움직이는 것을 보며 ㅁ가 말을 이었다.

산봉우리 하나하나는 그저 자연이 만들어낸 시간이지만 그것들을 감싸안는 산맥, 저 산맥은 업적을 이룬 인간이 그 곳에 누워 있다는 얘기다. 위인이 죽어 산맥이 된 것이지. 

그러니 ㅇ야, 만약 누군가 시간이 다 되어 산맥으로 내려 앉는다면 그에 경의를 표하고 그 앞에 너의 표식을 남겨주렴.” 

-유정의 소설 중 일부-

나는 이 내용이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이라고 믿으며 현실에서 그러한 발자취를 발견하면 기뻐하는 것이다. 타인의 기준에 물들지 않고, 오늘도 이상한 것을 하고 있군- 하는 감탄사를 발음하게 하는 사람들, 그 이상함에 꾸준히 정성을 깃들이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탄스러운 것은 태도다.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완성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 점검을 수행하는 과정이다. 작업을 하거나 그를 대하는 데 있어 작품을 하나의 객체로 고정시키기보다 스스로는 물론이거니와 관객과의 상호작용 또한 흐르게 하는 힘을 보여준다. 

‘완성’과 ‘유통’을 전제로 한 시장의 논리와는 다른 위치에서, 예술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게 하는 그 태도가 산맥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 구나혜 개인전 'Curing', Blackcubelab / 사진: 유정 제공
▲ 구나혜 개인전 'Curing', Blackcubelab / 사진: 유정 제공


나이가 들면 땅의 지도와 하늘의 천도를 그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들의 발자취에 동행하다 보면 어렴풋이 그리던 지도와 천도의 모습이 저절로 기록되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고맙게도 구씨 작가와 같은 몇몇 이들을 만나면 생각만 하던 여행길에 오른 설렘이 인다. 나이가 들면-이라고 생각하던 게 굳이 그때가 아니어도 충분히 시작하고 있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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