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칼럼] 시간과 공간, 세계에 대한 지각(知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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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칼럼] 시간과 공간, 세계에 대한 지각(知覺)

문화매거진 2025-10-31 15:58:58 신고

[문화매거진=유정 작가] 전시 서문에 빈번히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세계에 대한 지각(知覺)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작가들이 필연적으로 떠올렸을 물음, ‘나는 누구인가?’로 시작한 골몰이 ‘현재의 나를 지각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고민한 결과물로 이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예시로 내가 아는 두 명의 작가의 지각 방법을 적어본다. 일부 내용은 그들의 작가노트에서 빌려 왔다.

▲ 이원순 개인전 '빛과 바람의 정렬', 미앤갤러리 / 사진: 유정 제공
▲ 이원순 개인전 '빛과 바람의 정렬', 미앤갤러리 / 사진: 유정 제공


이원순 작가는 풍경을 그린다. 부드러운 바람이 휩쓸고 지나는 드넓은 들판은 저 끝에서 저 끝으로 빛의 그라데이션에 내리쬐어져 있다. 마치 정체되지 않은 공간이 저물고 뜨는 빛의 굴레에서 순환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 곳의 모든 요소가 ‘살아 있을 것’이라 코딩된 느낌이기도 하다. 만약 인간의 마지막 터전으로 선정되어야 하는 세계가 있다면 이원순 작가의 풍경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빛은 공간을, 바람은 시간을 정렬함을 질서로 두고 이를 풍경으로 드러낸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노트했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풍경’으로 바라본다. 풍경은 단순히 시각적인 배경이 아니다. 인간의 심리와 환경적 정황, 그리고 시대적 감각이 교차하는 자리다.(중략)”

“인간은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돌아가는 세계에서 그는 “자기 중심성과 그로부터 펼쳐지는 시간과 공간의 질서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빛과 바람이 작동되는 풍경으로 드러내고 있다.

▲ 구나혜 개인전 'Curing', Blackcubelab / 사진: 유정 제공
▲ 구나혜 개인전 'Curing', Blackcubelab / 사진: 유정 제공


구나혜 작가는 재료들의 물성으로부터 구현할 수 있는 ‘빛과 어둠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지각’하는 계기를 구현하고 있다. 반딧불이는 어둠 속에 있음으로 그 이름을 얻을 수 있으며, 동시에 그것은 빛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사실 또한 전제하고 있다. 빛과 어둠의 관계와 같이 “서로 없으면 존재 불가능한 두 요소가 만들어낸 긴장과 조화 그 사이에서 우리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를 경험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는 이에 대해 실리콘과 레진, 야광 물질 등을 이용하여 그의 일상에서 중요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물건들을 결합함으로써 관객에게 다음과 같은 물음을 건넨다.

“당신은 지금 눈앞의 사물을 어떤 감각 기관으로 관람하고 있는가?”
“이 순간 당신은 현재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

많은 관객이 예술을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무엇을 그리고 표현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한계를 갖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앎의 정도에서 갖는 한계가 아니라 타인이 타인의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작가들이 행복을 표현했어요, 슬픔을 표현했어요 같은 ‘무엇을 표현했어요’라는 것은 이미 특정 개인의 관점을 전제로하기 때문에 관객은 타자로서 눈앞의 작품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관객의 행복과 슬픔은 작가의 행복과 슬픔의 모양과 다르니 말이다.

대신 이 작가는 어떠한 재료를 통해, 어떤 소재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지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그는 이렇게 이해했어요-라는 서문으로 시작한다면 관람의 시점이 조금 더 용이해질 수 있지 않을까. 달리 말해 관객 자신이 ‘나는 지금 어떤 감각을 가장 많이 사용해서 이 작품을 보고 있는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관찰’ 하나만으로도 관람하는 어려움이 줄어들 것이라 말이다.

그렇다면 항상 듣는 말, ‘저는 그림을 볼 줄 몰라서...’라는 망설임이 불필요하단 사실 또한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타인의 작업을 볼 줄 모르나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려 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보면 저절로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저 세계엔 또 무엇이 있지? 그리고 내 세계에는 지금 무엇이 살아 숨 쉬고 있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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