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아돌프 고틀리브(Adolph Gottlieb, 1903–1974)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의 예술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명하는 전시 ‘추상의 언어, 감성의 우주: 아돌프 고틀리브와 김환기’가 31일부터 2025년 1월 10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1960~1970년대를 중심으로 한 두 작가의 회화 16점을 선보이며, 미국 추상표현주의와 한국 추상미술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서 어떻게 교차하고 확장되었는가를 탐구한다.
1959년 프랑스에서 귀국한 김환기는 홍익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63년, 제7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명예상을 수상했다. 그는 당시 그랑프리를 수상한 아돌프 고틀리브의 작품에 깊은 충격을 받고, 안주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곧바로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이 결단은 그가 ‘점화(點畵)’로 불리는 독자적 추상회화를 완성하는 ‘뉴욕 시대’의 시작이 되었다.
김환기는 뉴욕에서 마크 로스코, 고틀리브 등과 교류하며 회화적 실험을 이어갔다. 그는 달, 매화, 산 등 구상적 이미지가 중심이던 이전 작업에서 벗어나 점·선·면으로만 구성된 순수 추상을 구축했다. 1960년대 후반에는 십자 구조와 사분면 구성을 통해 화면을 분할하며, 색과 공간의 리듬을 탐구했다. 이후 1970년부터는 대표작인 ‘전면점화’(All-over Dots) 연작을 통해 무한한 우주의 감정적 울림을 표현했다.
특히 1971년작 ‘우주’(05-IV-71 #200)는 2019년 홍콩 경매에서 약 132억 원(수수료 포함 153억 원)에 낙찰되며 한국 현대미술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번 전시에서도 김환기의 예술적 절정기인 1971년의 전면점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3층에서는 아돌프 고틀리브의 회화 6점이 소개된다. 고틀리브는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와 함께 뉴욕 화파(New York School)를 대표하는 작가로,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1940년대 픽토그래프(Pictographs) 연작에서 무의식의 상징적 기호를 격자형 화면에 배치하며 내면의 세계를 시각화했다. 이후 1950년대에는 부유하는 구체와 폭발적인 붓질이 공존하는 버스트(Burst) 연작으로 발전했다. 화면을 위아래로 나눈 구성은 하늘과 땅, 정신과 감각, 통제와 해방의 대비를 암시한다.
고틀리브는 미국 추상화의 자립을 위해 활동한 대표적 작가이기도 하다. 1950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전시에 추상작가들이 배제되자, 그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항의 서한을 뉴욕타임스에 게재하며 미국 미술의 새로운 독립성을 주장했다. 이 사건은 이후 ‘성난 사람들(The Irascibles)’로 불린 추상표현주의 그룹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페이스갤러리 서울 측은 “김환기와 고틀리브는 서로 다른 문화와 철학적 토대 위에서 보편적 감정과 인간의 내면 세계를 시각 언어로 구현한 두 거장”이라며 “이번 전시는 그들의 예술이 시대와 공간을 넘어 어떻게 감성의 우주로 확장되었는지를 조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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