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30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2025에서 'Hydrogen, Beyond Mobility, New Energy for Society' 세션을 주관하며 수소 중심의 미래 전략을 공식화했다.
이날 발표를 통해 그룹은 단순히 차량 제조 영역을 넘어서 수소 밸류체인 전체(생산→활용→인프라)를 아우르는 기업으로의 전환을 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발표자로 나선 장재훈 부회장은 대담에서 "글로벌 에너지 지형이 지속가능한 에너지원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수소는 그 변화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히며 "수소 산업은 수요 창출과 공급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또한 "수소 생태계는 각국 정부와 기업 모두의 파트너십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며 "현대차그룹 또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수소 기반 미래 사회를 더욱 가속화하는 데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세션에서 "수소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탄소중립 실현을 가속화한다"고 제시했다.
국내 사업으로는 울산에 연간 약 3만기 연료전지 생산능력을 갖춘 신공장을 2027년 완공 목표로 착공했으며 제주도에서 2029년까지 5 MW급 PEM(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 양산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소개됐다.
해외 활용 측면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항만의 친환경 트럭 도입(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30대 등) 및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HMGMA) 부품 운송 수단의 수소 적용 사례가 거론됐다.
또한 그룹은 글로벌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해 민관 협력 및 정책 연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발표는 단순히 '수소차 생산 기업'으로서 머무르지 않고 수소 생태계의 '허브' 또는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지셔닝 변화를 보여준다. 연료전지 설비, 그린수소 생산 기술 확보, 수요처 확보(물류·항만·공항) 등 공급과 수요 양 측면을 동시에 켜겠다는 전략적 포석이 확인된다.
특히 울산 신공장 착공 발표는 국내 산업 거점과 연계해 정부·지자체·기업이 결합된 전략 산업으로서의 수소 플랫폼 구축 의지를 시사한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수소경제 및 그린수소 로드맵과 연계되면서, 민간기업 차원에서 전략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룹이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공동의장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글로벌 네트워크 차원에서의 위상을 반영한다.
다만 이번 발표가 가지는 긍정적 측면이 분명하지만 산업·시장·정책 측면에서 여러 리스크 또한 동반하고 있다.
수소경제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실제 수요 풀(pool)이 전기차에 비해 현저히 작다는 외부 평가가 존재한다. 예컨대 한 외신 보도에서는 넥쏘 판매량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설비 투자를 앞당긴 만큼 현대차그룹 측이 수요 확보 시점과의 시간차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수소 생산·저장·운송 및 충전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며 현재 기술 대비 원가경쟁력이 전기차 대비 낮다는 평가가 많다. 울산 신공장 발표에서 연간 3만기 생산능력 확보라는 수치는 고무적이나, 비용 구조 및 수익성에 대한 구체적 수치 제시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수소 생태계는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지원, 인프라 구축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 일부 완성차 업체가 수소 전략을 축소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어 글로벌 산업 경쟁구도 변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지 기술만이 아닌 정책·제도·시장환경까지 종합 대응해야 한다.
수소차 및 연료전지 시스템 관련 안전 이슈 및 리콜 사례도 존재한다. 예컨대 최근 일부 차량이 수소 누출 가능성으로 리콜된 바 있다.
그룹이 수소 사업을 확대할수록 기술 신뢰성 및 브랜드 리스크 관리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이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전략적 투자가 산업정책 및 시장과의 조화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수요 창출과 공급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수요 중심(물류·항만) 접근은 긍정적이지만, 공공 인프라·충전 네트워크·수소 가격 경쟁력 확보까지 고려된 생태계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된 상태에서 국내 기업이 기술·원가·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정책·제도의 일관성과 안정성이 중요하다. 정부·지자체·기업 간 협력이 지속 가능해야 하며, 기업은 이러한 정책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설비 투자 이전 단계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재무성과 및 시장 실현 시점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APEC 무대에서 제시한 수소 전략은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수소 사업에 대한 진지한 포지셔닝을 보여줬다. 수소차량 생산, 연료전지 공장 착공, 그린수소 양산 로드맵 발표 등 구체적 액션플랜을 제시한 것은 의미 있다.
다만 전략이 '발표'에서 '실현' 단계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앞서 지적한 수요·비용·정책·기술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그룹이 이번 발표를 통해 던진 메시지 '수소 생태계 리더'라는 이미지 구축은 의미 있지만, 실질적 성과와 시장화 가능성이 뒤따라야 한다. 향후 시장 반응과 기술·투자 성과가 현대차그룹 수소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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