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야’는 2025년 ‘베이징국제청년연극제’의 폐막작으로 초청됐다. 2008년 시작된 ‘베이징국제청년연극제’는 중국을 대표하는 청년 공연예술 축제로, 아시아 연극 창작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까지 225명 현지 연출가의 작품 430편, 21개국 해외 작품 129편이 무대에 올랐다. 올해는 한국, 노르웨이,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폴란드 등 6개국이 참여했으며, 중국 작품 12편과 해외 작품 6편이 상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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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과 대전예술의전당이 공동 제작한 ‘십이야’는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을 임도완 연출이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의 배경을 조선시대 ‘농머리’로 변형하고, 봉산탈춤의 몸짓, 판소리와 랩을 결합한 음악, 한복 기반의 의상 등 한국적 미학을 전면에 내세운 창작극이다. 특히 극 중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한국 팔도 사투리로 풀어내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도 작품에 녹아 있다. 전 세계가 익숙한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되, 사랑·오해·변장이라는 보편적 서사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낮췄다. “똑똑한 바보는 멍청한 위정자보다 백배 낫다”와 같은 대사는 시대·국가를 초월한 풍자를 담아 관객의 공감을 이끌었다.
이번 베이징 공연은 객석 반응이 뜨거웠다. 시작 전부터 포토월 앞에는 관객이 길게 줄을 섰고, 공연 중에는 자막이 나오기 전부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배우들의 판소리 랩과 탈춤을 변형한 몸짓, 과장된 희극 동작은 ‘신체적 코미디’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일부 대사는 중국어 애드리브로 변주해 현지 관객의 폭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공연 종료 후에도 관객 대부분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박수와 환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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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완 연출은 “한국과 중국의 웃음 코드가 잘 맞아서 공연을 더 이어가고 싶을 정도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름 역의 배우 성원은 “언어의 벽은 연극이라는 무기로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연극제 비서장 런위안은 “한국 연극을 초청한 것은 13년 만이다”라며 “‘십이야’는 동양적 미감과 배우들의 신체 연기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중국 관객의 충분한 공감을 얻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국립극단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한국 창작극의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 박정희 단장은 “연극이 인간 본연의 이야기를 한다면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한국 연극의 세계화를 위해 국립극단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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