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칼럼] 그 모자(母子)는 무엇을 보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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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칼럼] 그 모자(母子)는 무엇을 보고 싶었을까?

문화매거진 2025-10-30 23:17:55 신고

[문화매거진=유정 작가]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에 다녀왔는데 애석하게도 기억나는 것은 하나였다.

“여긴 그림이 몇 개 없네? 가자.”

한창 뛰어다닐 힘을 주체하지 못할 것 같은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왔던 한 엄마의 어리둥절한 표정이 말이다. 그게 재밌어서 숨죽여 웃다 끝내 집중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요며칠 살피지 못했던 컨디션이 난조였다.

▲ 이진주 개인전 '불연속연속', 아라리오갤러리 / 사진: 유정 제공
▲ 이진주 개인전 '불연속연속', 아라리오갤러리 / 사진: 유정 제공


그 모자의 말이 다시 생각난다. 짧고 가벼운 말이었지만, 이상하리만큼 오래 남았다. 그건 무심함의 표현이라기보다 오히려 감상의 본능에 가까운 반응처럼 들렸다. 덕분에 ‘본다’는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다. 우리는 대상을 보는 걸까, 아니면 마음속 기대를 확인하는 걸까.

전시장은 언제부턴가 감상보다 판단이 먼저 서는 공간이 되었다. 작품 앞에서 우리는 느끼기보다 해석하려 애쓰고, 이해보다 동의할 근거를 찾는다. 감상이란 이름 아래, 취향과 지식의 경계를 나누는 일에 더 익숙해진 것이다.

▲ 이진주 개인전 '불연속연속', 아라리오갤러리 / 사진: 유정 제공
▲ 이진주 개인전 '불연속연속', 아라리오갤러리 / 사진: 유정 제공


그 모자의 반응은 그 모든 습관을 비켜 간다. 그들은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려 들지 않았고, 그저 그 순간의 리듬대로 움직였다. 그 안에는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도, ‘머물러야 한다’는 의무도 없었다. 그것이야말로 감상의 본래적인 형상일지도 모르겠다. 의미의 해석이 아니라, 감각의 반응으로서의 감상 말이다.

▲ 이진주 개인전 '불연속연속', 아라리오갤러리 / 사진: 유정 제공
▲ 이진주 개인전 '불연속연속', 아라리오갤러리 / 사진: 유정 제공


누군가는 한 점 앞에 오래 머물고, 누군가는 두 걸음 만에 지나친다. 그 둘 사이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다만 우리는 오랫동안 ‘머무는 사람’만이 예술을 이해한다고 믿게된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날, 나는 그 모자에게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감상을 목격했는지도 모른다. 그림을 ‘본다’는 행위가 얼마나 많은 사전 지식과 판단으로 둘러싸여 있는지를, 그 짧은 한마디가 조용히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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