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Keep Portland Weird."
이보다 도시의 정체성을 잘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 오리건주 최대 도시 포틀랜드를 상징하는 이 슬로건은 "포틀랜드를 독특하게 유지하자"로 번역할 수 있다. 이 도시는 이름 그대로 '이상함'을 즐긴다. 전신 자전거 타기 대회, 남녀 수염 대회, 가짜 영화제 등 엉뚱하고 유쾌한 축제가 사계절 내내 이어진다.
◇ 독립 서점 '파월스 시티 오브 북스'가 사랑받는 곳, 그곳에서 만난 한강
세계 최대 규모의 독립 서점으로 이름난 '파월스 서점'은 포틀랜드의 랜드마크로 불릴만할 정도로 상징적인 곳이다.
1971년 문을 열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이 서점은 지역 사회의 초석이 되었으며, 3대째 가족 소유 사업으로 계속 운영되고 있다.
포틀랜드에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가장 유명한 본점을 찾았다.
6천600㎡ 규모의 거대한 서점 내부는 막상 안에 들어가면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로처럼 되어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장으로, 새 책부터 중고 도서, 고서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만나볼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3개 층으로 이뤄진 서점은 빨간색, 파란색, 진주색, 금색 등 주제별로 9개의 색으로 나눠진 공간으로 분리돼 있었다.
섹터별로 다양한 종류의 책과 기념품은 물론 카페에서 차를 마실 수도 있었다.
시, 문학, 철학, 고전 등의 책이 꽂힌 파란색 섹터의 서가를 찾았다.
그곳에는 작가의 성을 알파벳 이니셜에 따라 분류해 놓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책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강의 책은 빼곡하게 놓인 서가 아래쪽에서 여섯번째 칸에 있었는데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와 '소년이 온다'(Human Acts), '희랍어 시간'(Greek Lessons), '작별하지 않는다'(We Do Not Part), '흰'(The White Book) 영문판이 나란히 꽂혀 있었다.
이 가운데 희랍어 시간과 흰, 채식주의자 등 책 세 권은 추천 도서에 올려져 있었는데 '채식주의자'에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이라는 설명도 따로 적혀져 있었다.
세계 대륙별 분류에 아시아 코너도 있었는데 일본, 중국, 티베트, 인도 서가는 따로 있었으나 한국 서가가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가슴 아픈 전설' 품은 멀트노마폭포…컬럼비아강 협곡 국립 경관 지역
136km 구간에 펼쳐진 컬럼비아강 협곡 국립 경관 지역은 오리건주 3개 카운티와 워싱턴주 3개 카운티와 경계를 맞닿고 있다.
고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후 거대한 홍수가 깎아내 이뤄진 이 협곡은 캐스케이드산맥을 가로지르는 컬럼비아강이 태평양으로 흘러드는 인상적인 광경을 남겨놓았다.
협곡 일부 트레킹 구간은 여러 차례 발생한 산불과 낙석 등으로 인한 보수 공사 등으로 접근이 한때 금지됐었지만 얼마 전 다시 개방되기도 했다.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비스타 하우스에 올라가면 아름다운 곡선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컬럼비아강의 운치를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로 기능하는 비스타 하우스는 멀트노마 카운티 크라운 포인트에 있는 박물관으로, 오리건 초기 개척자들을 기리는 기념관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컬럼비아강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에게 휴게소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했다.
이 지역 명소는 뭐니 뭐니 해도 멀트노마 폭포다. 이 폭포는 현무암으로 이뤄진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두 단계로 이뤄진 폭포로 높이가 무려 190여m 달하는 오리건주에서 가장 높은 폭포다.
엄청난 양의 물줄기를 뿜어내는 거대한 절벽 앞으로 두 언덕에 걸쳐져 있는 멀트노마 크리크 다리에 관광객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이 다리는 미국 역사 유적지에 등재돼 있기도 한데, 원주민 전설에 따르면 전염병에 걸린 마을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고자 한 여성이 절벽에서 떨어진 후 꼭대기에서 물이 솟아 폭포가 생겨났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폭포 아래에서부터 이어진 산책로를 지나 중간에 걸쳐진 다리를 건너 정상까지 오를 수 있으며, 정상에선 I-84 고속도로와 컬럼비아강 등의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
남북으로 길게 뻗은 도심 나무숲 왼편에 자리한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은 규모가 큰 미술관은 아니다.
최근 시설 리모델링과 전시관 확장 등을 통해 쾌적한 환경에서 미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미국, 아시아, 유럽 지역 작품과 흑인 예술, 아메리카 원주민 예술 등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이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순회 전시가 펼쳐지고 영화 상영회 등도 이뤄지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술관이 다양하게 소장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예술 작품들이다.
지역 수집가들이 기증한 북미 원주민 미술품의 다양한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으며,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 대한 원주민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적 공헌을 조명하고 이들과 문화적으로 소통할 기회를 제공한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바바라 크루거, 키스 해링 등 현대 미술작가들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어 작지만, 알찬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1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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