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가 어느나래가 주는 어느 날의 안락한 휴식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인터뷰] 작가 어느나래가 주는 어느 날의 안락한 휴식

문화매거진 2025-10-29 13:44:50 신고

▲ 문화매거진과 인터뷰를 진행한 어느나래(김나래) 작가 / 사진: 어느나래 제공
▲ 문화매거진과 인터뷰를 진행한 어느나래(김나래) 작가 / 사진: 어느나래 제공


[문화매거진=김주현 기자] “제 장점은 성실함이에요. 작가가 된 이후부터 매일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공모전이나 프로젝트에 도전해왔어요.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지만, 얼른 털어버리고 자고 일어나 다시 그림을 그려요. 제게 주어진 일은 최선을 다해 완수하고자 노력합니다.”

최근 문화매거진과 인터뷰를 진행한 작가 어느나래(김나래)의 말이다. 스스로의 장점으로 ‘성실함’을 꼽은 그의 작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달콤한 휴식을 맛보게 한다. 문화매거진이 실제로 본 그의 작품은 편안하고 안락했다. 그가 성실하게 작품 활동에 임한 덕분이다. 그야말로, ‘성실한 휴식’인 셈.

그의 활동명 어느나래 역시 ‘자연으로 평화로운 행복을 표현하기 때문’에 지어졌다. 본명 ‘나래’에 미지칭의 대명사로 쓰는 ‘어느’를 더해 만들었다. ‘어느 날에’라고 발음되는 이 이름은 사람들의 어느 날에 와닿는 행복을 그리고 싶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가 작업에만 몰두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스펙에 맞춰 광고 회사 영업팀에서 직장 생활을 했지만, “하루하루 불행했다”고. 

“적성에 맞지 않는, 좋아하지 않은 일을 하다 보니 불행하더라고요. 스물여섯쯤 됐을 때 불현듯 ‘더 늦기 전에, 후회하기 전에 아주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인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길로 퇴사하고 작가 생활에 뛰어들었죠.”

그렇게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붙잡고 싶은 감정과 철학을 담아낸 작품이 하나둘 탄생했다. 아크릴 물감을 주재료로 하며 젤스톤이나 알갱이가 들어간 젯소를 섞어 밀도를 높이는 게 그의 주된 작업 방식이다. 단순한 자연경관을 그려낸 것 같지만 어느나래의 이야기도 숨어있다. 이를 추리하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그는 본인의 대표작으로는 ‘햇살 아래 고요히’, ‘오르다’, ‘몽중몽’을 꼽았다.

▲ 햇살 아래 고요히, Acrylic on canvas, 162.1X130.3cm, 2025
▲ 햇살 아래 고요히, Acrylic on canvas, 162.1X130.3cm, 2025


“‘햇살 아래 고요히’는 행복을 추구하던 작가 어머니의 삶을 표현한 작품이에요. 화면 속에는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하며, 그중 두 명은 하얀 모자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인물임을 짐작하게 하죠. 자연을 헤매면서 행복을 추구하던 여성이 마침내 마음의 평화를 얻고 딸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인데요, 자연에서 행복을 찾던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받아 자신 또한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마음의 휴식을 얻는 거예요. 언제나 위로와 평안을 선물해주는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 스며든 작품입니다.”

▲ 오르다, Acrylic on canvas, 97x97cm, 2023
▲ 오르다, Acrylic on canvas, 97x97cm, 2023


“‘오르다’는 인생을 등산에 비유한 작품이죠. 희로애락이 담긴 삶의 여정과 고난을 표현했어요. 오르막길을 함께 오르는 두 인물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어려움을 이겨내는 존재를 상징해요. 곁을 지키는 곰은 절대적인 사랑과 힘을 주는 존재로, 가족이나 친구, 신 등 각자의 삶에서 의미 있는 관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보름달은 소망과 염원의 상징으로, 인간의 작고 연약함과 대비돼 삶과 죽음이 모두 거대한 자연의 일부임을 나타내는 거고요. 푸른색을 중심으로 한 색채 구성에 따뜻한 노란빛을 더해 차가움 속에서도 위로와 희망이 공존하는 정서를 전하고자 했어요.”

▲ 몽중몽, Acrylic on canvas, 112.1X112.1cm, 2024
▲ 몽중몽, Acrylic on canvas, 112.1X112.1cm, 2024


“꿈속에서 꾸는 꿈을 뜻하는 ‘몽중몽’은 꿈에서 깨어났다고 믿었던 순간마저도 또 하나의 꿈이었음을 깨닫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한 상태를 말해요. 작품 속 여성은 깊은잠에 들어 있고, 그 주변에는 아름다운 꽃, 나무, 동물 등 생명으로 가득한 세계가 펼쳐져 있어요. 저는 잠든 모습을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상태로 보았는데, 마음이 어둠에 잠길 때 아무리 찬란한 세계가 눈앞에 있어도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잖아요? 그러다 이 어둠에서 깨어나면, 비로소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하게 되죠. 결국 현실과 환상, 의식과 무의식, 아름다움과 덧없음 사이에서 깨어남을 사유하게 하는 작품이에요.”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으로 우리에게 안락함을 주지만, 정작 작가는 지난해 건강상의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2024년은 새벽까지 작업하고 전시하느라 스트레스로 이석증이 왔어요. 몸에서 쉬라고 보내는 신호라 생각하고 2025년엔 비교적 여유롭게 일했어요. 긴 호흡으로 작업하고 일하니 능률도 올라가고 결과물도 만족스럽더라고요.”

몸과 마음이 힘들어도 그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 역시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이다. 어느나래는 지금까지의 작가 생활을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한 개인전 ‘Querencia: 나만의 안식처’를 골랐다. 

“병원 전시이다 보니 환자분들이 주로 감상해주셨는데요. 그때 병원에서 감상평 이벤트를 진행했고 150여 명 정도 후기를 작성해주셨어요. 감동적인 사연이 많아 눈물을 한없이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 개인전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하나 더 찾은 거죠.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다고 다짐했어요.”

그가 눈물을 흘렸던 이유. 어느나래의 작품 앞에서 한참 말없이 서 있던 아이가 문득 ‘엄마, 저 그림이 엄마와 나 같아. 노란 꽃들이 너무 예뻐’라고 말한 후기를 보고 나서다. “대중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어느나래의 가슴을 울린 후기는 “바쁘고 힘든 일상에 잠시 내 그림으로 마음을 쉬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다짐에 불을 붙였다.

그렇다면 어느나래의 내년 계획은 어떻게 될까. 올해 그림 수업을 처음 시작하며 “또다른 위안을 받았다”는 그는 “수강생들과 교감하며 함께 만족스러운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이 좋았다”면서 “내년에도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오랫동안 묵혀놓았던 그림책 더미북들을 작품으로 탄생시켜볼 계획”이라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제게 미술은 ‘공기’ 같은 존재예요. 그림 그리지 않는 삶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죠. 공기처럼 그림이 제 삶에 자리 잡은 만큼 계속 그리고 싶다는 의지가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 문화매거진과 인터뷰를 진행한 어느나래(김나래) 작가 / 사진: 어느나래 제공
▲ 문화매거진과 인터뷰를 진행한 어느나래(김나래) 작가 / 사진: 어느나래 제공


[작가 이력]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일러스트레이션 전공

[개인전]
2024 Querencia: 나만의 안식처, 삼성서울병원 케어갤러리, 서울
2024 몽중몽, 하우스서울, 서울 
2023 행복의 색채, 쎄써미뮤지엄, 인천
2022 Walk, 한국관광공사 홍보관, 서울 

[단체전] 등 
2025 레인보우프로젝트, 나인원갤러리, 서울
2025 Light our lives, 국립정신건강센터, 서울
2025 산책시간, 문화실험공간 호수, 서울
2024 천경자 탄생 100주년 특별 공모전, 고흥미술관, 고흥
2023 The Youth:무르익다, 청년작가 초대전, SK텔레콤 PS&M, 서울
2023 One day, Someday, 로이갤러리 청담, 서울
2022 A Small Good Things, 삼원갤러리, 서울
2020 해독, 영등포문화재단, 서울

[수상 및 경력] 등 
2025 삼성서울병원 캠페인 일러스트레이션
2024 동양북스 중국어교과서 표지 일러스트레이션
2023 TEDXSoeul SPRINTS 프로젝트 한국 대표 작가 선정
2022 환경부 카드뉴스 과학편 일러스트레이션
2022 창비교육 ‘문해력 교과서’ 삽화
2022 화장품 브랜드 ‘더샘’X어느나래 리미티드 에디션 출시
2020 삼다수 ‘트랜드-삼다’ 컬래버레이션
2020 삼원특수지 아트 스폰서십 3기 및 우수 활동 작가 선정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