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자리가 급격히 축소되고,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가 그 빈자리를 빠르게 메우고 있다.
28일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1.5%에 불과하던 국내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수소차) 신차 등록 비율이 지난 7월 55.3%까지 치솟았다. 한 달간 국내에서 팔린 신차 5대 중 3대가 친환경차로, 7만6639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전기차만 살펴보면 올해 9월까지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17만514대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14만6883대)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9월 한 달에만 2만8528대가 판매돼 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말까지 판매가 지금의 추세를 이어간다면, 사상 처음 연간 20만대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반면 디젤차는 지난 2018년에만 해도 전체 판매의 35.6%를 차지했지만, 올 상반기 기준 신차 등록 비율이 6.2%로 급감했다. 특히 올해 국내 신차 중 디젤 비중은 처음으로 10% 아래로 내려갔고, 1~5월 수입 디젤차 점유율은 1.3%에 불과하다.
누적 판매량에서도 친환경차와 디젤간의 판매량 차이는 극명하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발표한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2640만8000대로, 전년 말 대비 11만대(0.4%)가 증가했다. 이 중 친환경차(전기·하이브리드·수소차) 누적 등록 대수는 310만6000대로 전년 대비 35만9000대(13.1%) 늘었으며, 세부적으론 하이브리드차가 26만7000대(13.2%), 전기차가 9만1000대(13.2%), 수소차는 1000대(3.2%) 증가했다. 친환경차가 전체 누적 차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1.8%로, 전년 말 10.4%에서 1.4%포인트 상승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휘발유, 디젤(경유), LPG 등 내연기관차는 총 2312만2000대로 전년 말 대비 24만9000대(0.1%) 감소했으며, 특히 경유차가 24만8863대 줄어 감소세를 주도했다. 휘발유차는 768대 소폭 증가한 반면, LPG차는 590대 감소하는 등 연료별 증감차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자 제조사들도 디젤 모델 판매에 미온적인 추세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전국 영업 지점에 배포한 납기표를 통해 스타리아 디젤 모델의 생산 종료 계획을 공식화했다. 대신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친환경 파워트레인 중심으로 전략을 대전환했다. 앞서 2019년 이후 세단 라인업에서 디젤 모델을 모두 단종했으며, 투싼 디젤 모델의 생산도 중단했다.
기아도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비중을 늘리고 있다. 지난 8월 카니발 디젤 모델의 생산을 중단했고, 현대차그룹에서 남은 디젤 모델은 쏘렌토가 유일하다. 르노코리아 등도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비중을 늘리며 라인업 개편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정부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 전동화 정책, 소비자 인식 전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2015년 ‘디젤게이트’로 촉발된 친환경 트렌드는 자동차산업의 대전환을 이끌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성과 강력한 출력 덕분에 ‘가성비 좋은 차’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환경 유해 차량’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더불어 정부는 수도권 미세먼지 배출의 23%가 경유차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하며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디젤게이트와 BMW 화재 사태 등 잇단 사고도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리며 판매량 감소에 불을 지폈다.
해외에서도 디젤 퇴출 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와 독일 베를린을 비롯한 유럽 주요 도시들은 노후 디젤 차량의 도심 진입을 막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수도권 내 노후 경유차 운행을 단계적으로 제한 중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제약과 강화되는 규제가 맞물리며 완성차 업계가 디젤 차량 생산 자체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판매의 절반 이상이 친환경차로 전환된 상황이며, 더 이상 제조사가 디젤차를 팔지 않기에 ‘탈디젤’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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