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중동 최대 경제국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단독 회담을 가졌다.
이번 만남은 사우디의 '비전 2030' 산업 다변화 전략과 현대차그룹의 중동 제조·수소·스마트시티 진출 전략이 맞닿은 자리로, 향후 한·사우디 간 산업 협력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정의선 회장은 회동 전날 킹 살만 자동차산업단지 내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을 방문해 공사 진행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HMMME는 현대차(30%)와 사우디 국부펀드(PIF, 70%)가 공동 출자한 합작공장으로, 연 5만대 규모의 전기차·내연기관 혼류 생산체제를 갖춘다.
2026년 4분기 완공 예정인 이 공장은 중동 최초의 현대차 생산기지로, 고온·사막 등 현지 환경에 특화된 설비와 방진·냉각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정 회장은 "HMMME는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중동으로 확장하는 첫 걸음"이라며 "사우디 산업 생태계와 인재를 결합한 지역 맞춤형 제조 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사우디를 '중동형 완성차 허브'로 육성하고, 향후 북아프리카까지 시장권역을 넓히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단독 면담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기존 협력 사업 및 신규 사업 구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생태계 ▲수소·재생에너지·SMR 등 차세대 에너지 협력 확대를 주요 의제로 논의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사우디의 비전 2030을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기가 프로젝트(Giga Project) 참여를 통해 사우디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단순 완성차 판매를 넘어 현지 산업화·청년 고용·지속가능 에너지 전환에 기여하는 '국가 프로젝트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사우디의 주요 전략기관과 다층적 협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NEOM 프로젝트로 수소전기버스 '유니버스 FCEV' 실증 운행을 통해 친환경 모빌리티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으며, 향후 NEOM 내 수소차·EV 확대를 논의 중이다.
RSG(Red Sea Global)도 주요 포인트다. 기아의 PBV(목적기반모빌리티) 'PV5' 실증사업을 진행하며 관광 리조트 단지의 친환경 교통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MISK 재단도 만들었다. 왕세자 주도로 설립된 비영리기관과 협력해 청년 인재 양성과 스마트시티 기술 교류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협업은 현대차그룹이 단순 제조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국가 생태계 구축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9월까지 사우디에서 14만9,604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8.5% 성장했다.
연말까지 21만대 판매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지 전용 스페셜 에디션, SUV 라인업 강화, EV·HEV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기아는 중형 픽업 '타스만(Tasman)'을 플래그십 모델로 육성하며, PBV 시장 선점도 병행한다.
이번 방문은 현대차그룹이 '수출형 기업'에서 '현지 산업 파트너형 기업'으로 전환하는 상징적 행보로 평가된다.
사우디가 비전 2030을 통해 추진하는 산업 다각화는 한국 제조업체들에 새로운 성장 무대를 제공하며, 현대차그룹은 그 선두에 서 있다.
정책적 의미로는 비전 2030 참여가 사우디 정부의 국산화·고용 창출 목표와 일치하며, 양국 간 산업 외교를 강화한다.
산업적 의미는 HMMME을 향후 중동 내 완성차 및 부품 공급망 구축의 핵심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적 의미도 있다. 수소·SMR 등 미래 에너지 협력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탄소중립 전략과 직결된다.
결국 이번 회동은 현대차그룹이 중동의 '제2의 성장 축'을 확보하고, 사우디는 자국 산업 전환의 핵심 파트너를 얻는 '윈-윈 구조'로 요약된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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