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임헌섭 기자] 토요타자동차가 미국 공장에서 생산 중인 차량을 일본 시장에 들여오는, 이른바 ‘역수입(reverse import)’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역수입할 모델로는 한때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캠리(Camry)나 북미 전용 대형 픽업트럭 툰드라(Tundra), SUV 하이랜더(Highlander)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실제 실현까지는 상당한 제도적·기술적 과제가 존재한다.
나카지마 히로키 토요타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역수입은 단순한 신차 도입이 아니라, 인증 제도, 시장성, 무역 관계가 맞물린 복합적인 이슈”라고 밝혔다.
그는 먼저 미국 생산 모델을 일본에서 인증받는 난이도에 따라 3단계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인증이 비교적 쉬운 차종으로, 캠리가 대표적이다. 이미 일본에서 판매된 경험이 있고, 개발 초기부터 일본 법규가 고려돼 있어 인증 부담이 적다.
두 번째는 중간 난이도의 모델로 하이랜더가 해당된다. 북미 중심 모델이지만 일부 수출국에는 오른쪽 핸들 버전이 존재해, 헤드라이트 배광 등 일본 기준에 일부 부합한다.
마지막은 도입이 가장 어려운 차종으로 타코마·툰드라 같은 북미 전용 대형 픽업트럭이 있다. 이들은 개발 단계부터 일본 법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국내 도입 시 대부분의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 수준이다.
나카지마 부사장은 기술적 인증 문제 외에도, “시장성이 또 하나의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타코마나 툰드라처럼 대중적 수요가 크지 않은 모델은 수익성 확보가 어렵지만, 특정 업종이나 마니아층의 수요가 있다면 상징적 의미를 고려해 도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캠리는 여전히 충성 고객층이 존재해, 역수입 시 일정 수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역수입은 단순히 일본 시장 전략이 아니라, 미·일 간 무역 불균형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의 대미 수출은 많지만, 미국산 차량의 일본 수입은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토요타가 미국 생산차를 일본에서 판매하는 것은 미국 측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일본차에 대한 관세 완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실현 시기의 관건은 ‘리드타임 단축’이다. 나카지마 부사장은 “미국에서 일본까지의 물리적 수송 시간 외에, 일본 내 인증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캠리는 일본 내 형식인증이 사라졌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는 미국의 FMVSS(연방자동차안전기준) 충족 차량에 대해 일본 인증 일부를 면제하는 등 상호인정 제도를 도입하면, 전체 리드타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근 ‘보닛 미러(일명 키노코 미러)’ 의무가 카메라 기술로 대체되는 등, 일본의 인증 제도도 점차 유연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제도 합리화로 이어진다면, 미국산 토요타가 일본 도로를 달리는 날도 머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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