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김주현 기자] “그림은 저를 속일 수 없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제 성격, 제 모습이 미술할 때 자연스럽게 나와요. 그러다 보니 말이나 행동보다는 그림으로 저를 표현하는 게 좋았어요. 솔직한 그림으로, 미술하는 사람으로 여생을 살고 싶어요. 이걸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도 생겼고요.”
지난 24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문화매거진과 만난 유지수 작가의 눈이 반짝였다. 유지수 작가는 아픔과 트라우마를 부정적인 것이 아닌 나만의 고유한 일부로 인정하고, 그것을 삶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유지수 작가의 삶은 작업과 떼려야 뗄 수 없고, 그도 작업을 본인과 동일시하고 있었다. 이는 유지수 작가의 엄청난 장점이다. 인간 유지수를 인간답게 살게 하는 것이 작가 유지수다.
“인간 유지수는 어딘가에 덮이거나 변형되기 쉬운 존재예요. 인간 유지수의 이러한 특징은 쉽게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작가 유지수가 그걸 일깨워주더라고요. ‘너 이렇게 좋은 사람이야’, ‘너 이렇게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야’... 힘들 때 침체되는 한이 있더라도 작가 유지수가 인간 유지수를 계속 깨워주니 본질을 잃지 않게 됐어요. 인간 유지수가 외부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작가 유지수는 단단한 느낌? 인간 유지수가 작가 유지수한테 의지한다고 표현하면 쉬울까요? 그래서 작업을 못 놓는 것 같아요.”
‘놓지 못하는 작업’은 인간 유지수와 작가 유지수를 연결한다. 더 나아가 이 연결고리가 관객의 마음을 위로한다. 유지수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지만 사람 덕에 치유를 받는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위로와 용기란 이름으로.
“저는 사람을 만나며 영감을 받아요. 모두 각자 힘든 게 있잖아요. 누군가가 자신의 고민이나 트라우마를 털어놓는 것을 들으며 ‘이 사람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제 영감이죠. 직접적인 조언을 건네기보다는 그걸 작품으로 표현해서 그 사람에게 닿길 바라는 거예요. 말하지 않아도 어디선가 반드시 연결되어 그 사람에게 닿지 않을까?... 위로와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는 마음이죠.”
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감’이다. “제 이야기를 풀어내더라도 관객에게 해석을 맡기는 거죠. 그림은 어쨌든 작가가 그리는 거니까 제 이야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공감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제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도 위로받고 공감하길 바라는 거예요. 이게 제 장점이라면 장점이죠. 작품이란 방식으로 따뜻함을 던지는 거니까요.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제가 좋아하는 제 모습이에요.”
반면 이 모습이 아쉬운 부분으로 작용하기도 한단다.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운을 뗀 그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한가?’ 싶기도 하다”면서 “이게 나의 장점이라 생각했는데 이 부분을 파고들다 보니 ‘내가 세상에 잘 섞이고 있나?’란 고민도 들더라. 특히 요즘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고집 있게 보이나?’ 싶기도 하고. 근래 이와 관련된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대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작업이 나오기도 하죠. '나'를 찾는 방법과 과정이 제일 힘들지만 그만큼 중요한 거니까요. 제 본질은 ‘나를 잃지 말자’는 거고, 제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그거고요. 각자만의 정답으로 살고 있으니 ‘내가 쟤보다 힘들어’ 이런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인터뷰 내내 자기확신을 강조한 그는 ““‘이렇게 해도 된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덜 불안하게, 내 색깔을 다시 찾고 싶다”는 것이 내년 목표이기도 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미술로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림으로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자 했던 것이 결국엔 ‘옳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후계자 양성도 그렇고요. 미술하는 사람이 미술을 포기하지 않고 여러 가지 루트로 자신의 개성과 모습을 표현할 수 있게끔 하는 교육자도 꿈입니다. 다시 말해, 미술을 통해 용기를 전하는 거죠. 미대에서는 ‘작품만 열심히 하면 언젠가 뜬다’고 하는데, 요즘 세상은 변화하고 있잖아요. (웃음) 다양성과 전문성을 가져가서 미술계에 힘이 되는 지원군이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저도 작가로도, 교육자로도, 사업가로도 여러 경험을 해야겠죠? 공부를 많이 해서 다양한 연령대의 발달과정에 미술로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작가 이력]
덕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졸업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한국화 전공 졸업
[단체전] 등 다수
2025 청년미술상점 아트페어, 예술의전당
2025 Mirrored Questions in New York, 뉴욕 Dacia Gallery
2025 The Harmony, AZIT Museum
2024 웰니스 아트 아트브뤼의 재해석
2023 청년미술상점, 예술의전당
2023 아트버디 동물작가, 갤러리 아트버디
[수상 및 경력]
제23회 행주 공예 미술대전 입상
제5회 대갈문화축제 현대민화공모전 특선
제1회 인사이프 아시아 대학생 페스티벌상
전라남도 교육감 표창 (학교공간혁신 부문)
브랜드 ‘해찌’ 대표
목포정명여자고등학교 미술교사
[레지던시]
2026 뉴욕 레지던시 우선 선발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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